기억한다 / 류시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오래된 상처까지 사랑하는 것이라고 쓴 시인을 기억한다
이 세상에 아직 희망을 간직한 사람이 많은 것이
자신이 희망하는 것이라고 말한 시인을 기억한다
상처 입은 사슴이 가장 높이 뛴다고 쓴 시인을 기억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말에
자신이 미워졌다고 고백한 시인을 기억한다
눈사람에게
추워도 불 가까이 가지 말라고 충고한 시인을 기억한다
끝까지 울며 마지막 울음 속에
웃음이 숨어 있다고 말한 시인을 기억한다
사람이니까 넘어져도 괜찮다고 쓴 시인을 기억한다
나는 정원사이자 꽃이라고 노래한 시인을 기억한다
언제부터 시인이 되었느냐는 질문에
언제부터 시인이기를 그만두었느냐고 되물은 시인을 기억한다
누가 나를 인간에 포함시켰느냐고 물은 시인을 기억한다
나에 대한 기억이 너를 타오르게 하거나
상처 주는 일 없기를 바란다고 노래한 시인을 기억한다
꽃은 절정의 순간에
마지막을 예감한다고 쓴 무명 시인을 기억한다
별들은 작거나 부드럽지 않으며
별들은 몸부림치고 죽어 가고 불타오르고 있으며
별들은 예뻐 보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쓴 시인을 기억한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잃어버린 모든 것이 되돌아오는 것과 같다고 쓴 시인을기억한다
목소리를 잊고 노래하고
다리를 잊고 춤추라고 말한 시인을 기억한다
시를 읽고 운 적이 있던 때를 기억한다
*위쪽에서부터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벤자민 스바나, 에밀리 디킨슨, 베르톨트 브레히트, 야마자키 소칸, 골웨이 키넬, 아이다 미쓰오, 오시프 만델스탐, 윌리엄 스태포드, 요세프 브로드스키, 페르난도 페소아, 케이틀린 시엘, 네이이라 와히드, 카만드 코조리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류시화, 수오서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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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바이올린협주곡Konzert für Violine und Orchester in D-Dur, Op. 61
I. Allegro ma non troppo
II. Larghetto
III. Rondo - Allegro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imitri Chostakovitch(1906-1975)
교향곡15번Symphonie Nr. 15 A-Dur, op. 141
I. Allegretto
II. Adagio–Largo
III. Allegretto
IV. Adagio–Allegretto
스베틀라노프심포니오케스트라Svetlanov Symphony Orchestra
길 샤함Gil Shaham 바이올린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Vladimir Jurowski
January 21, 2022. Tchaikovsky Hall, Moscow, Russia
https://meloman.ru/concert/kzch-2022-01-21/
Госоркестр России имени Е. Ф. Светланова, Владимир Юровский, Гил Шахам
Госоркестр России имени Е. Ф. Светланова, Владимир Юровский, Гил Шаха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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