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바흐 무반주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 안탈 살라이 - 0416

들꽃 호아저씨 2024. 4. 16. 09:02

 

 

 

유랑  / 김성규

 

나, 걸었지

모래 우에 발자국 남기며

길은 멀고도 먼 바다

목말라 퍼먹을게 없어 기억을 퍼먹으며

뒤를 돌아보았지

누군가의 목소리가 날 부를까

이미 지워진 발자국

되돌아갈 수 없었지

길 끝에는 새로운 길이 있다고

부스러기처럼 씨앗처럼 모래 흩날리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길

이제 혼자 걷고 있었지

깨어보니

무언가 집에 놓고 왔을까

이미 지워진 발자국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걸으며

목말라 퍼먹을게 없어 기억을 퍼먹으며

길 끝에 또다른 길이 있을까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가나>(김성규, 창비, 2013)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바이올린 소나타 1번, 파르티타 1번, 소나타 2번, 파르티타 2번, 소나타 3번, 파르티타 3번 (BWV 1001~BWV 1006)

 

안탈 살라이Antal Zalai 바이올린

The Evangelical Church of Siófok, 17 October 2020

https://www.youtube.com/watch?v=A3vMzn5GA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