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 : 마르크 코페이 - 0416

들꽃 호아저씨 2024. 4. 16. 06:00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기억은 힘이 세다”는 말을 종종 하고 듣는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를 잠시 미루어 두었을 때 거짓말처럼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 우리의 가족과 이웃과 우리의 공동체가 안전해지려면 힘들어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 죽음을 멀리 밀어놓는 게 아니라 가까이 두고 교훈을 되새겨야만 우리는 더 안전한 세상을 꿈꿀 수 있다. 

ⓒ 가톨릭신문, 글 _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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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었다 / 신경림

 

아무도 우리는 너희 맑고 밝은 영혼들이
춥고 어두운 물속에 갇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밤마다 별들이 우릴 찾아와 속삭이지 않느냐
몰랐더냐고 진실로 몰랐더냐고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이토록 허술했다는 걸
우리가 만들어온 세상이 이렇게 바르지 못했다는 걸
우리가 꿈꾸어온 세상이 이토록 거짓으로 차 있었다는 걸
밤마다 바람이 창문을 찾아와 말하지 않더냐
슬퍼만 하지 말라고
눈물과 통곡도 힘이 되게 하라고

올해도 사월은 다시 오고
아름다운 너희 눈물로 꽃이 핀다
너희 재잘거림을 흉내내어 새들도 지저귄다
아무도 우리는 너희가 우리 곁을 떠나
아주 먼 나라로 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바로 우리 곁에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뜨거운 열망으로 비는 것을 어찌 모르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보다 알차게
우리가 만들어갈 세상을 보다 바르게
우리가 꿈꾸어갈 세상을 보다 참되게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아름다운 영혼들아
별처럼 우리를 이끌어 줄 참된 친구들아
추위와 통곡을 이겨내고 다시 꽃이 피게 한
진정으로 이 땅의 큰 사랑아

 

-세월호 추모시집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신경림 외, 걷는사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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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파도에 둥둥 떠다니는 이름표와 가방들,
산산조각 난 교실의 부유물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아름다운 이름이 있었지만
배를 지키려는 자들에게는 한낱 무명의 목숨에 불과했다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순간까지도

 

- 나희덕 '난파된 교실'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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