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 / 박정대
미스터 션샤인의 말투로 말하겠소
햇살 좋은 아침이면 앞마당으로 나가 빨래를 너오
그곳에 돌배나무, 목련, 배롱나무, 자두나무, 살구나무, 사과나무, 생강나무, 이팝나무, 자작나무들을 심었소
자작나무에는 따로 이름을 붙여주었소
가난하고 아름다운 사냥꾼의 딸, 꽃 피는 봄이 오면, 자작나무 우체국, 레아 세이두, 장만옥, 톰 웨이츠, 김광석, 빅토르 최, 칼 마르크스, 체 게바라, 아무르, 아르디 백작, 상처 입은 용, 짐 자무시, 짐 모리슨, 닉 케이브, 탕웨이, 아르튀르
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들, 이들은 가난하고 아름다운 나의 열혈동지들이오
돌배나무는 대낮에도 주먹만 한 별들을 허공에 띄우오
그 여름 폭풍은 내 마음속에 있었소
폭풍우 치는 낮과 밤을 동무들과 함께 어깨동무하고 견디오
폭풍우 치는 한 계절이 지나면 장난처럼 고요하고 맑은 저녁이 내 작은 창가로 오오
그리고 기적처럼, 등잔불 피어오르는 고요한 밤의 생이 시작되오
나는 늘 등외에 있는 삶이었고 세상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삶을 꿈꾸었소
심지어 때때로 나는 태어나지 않았을 때도 많았소
오랑캐의 말을 듣는 누군가의 귀처럼 푸른 이파리들 돋아나는 아침이오
침묵의 함성이 하나의 행성이 되는 시간이 오고 있소
지나가는 바람이 배롱낭구의 매끄럽고 단단한 살결에 입맞추는 아침이오
미스터 션샤인이 빨래를 널고 있는 무한의 아침이오
- 『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박정대, 달아실, 2023, 18~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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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영국 모음곡 2번English Suite No. 2 in A minor BWV 807
1. Prelude
2. Allemande
3. Courante
4. Sarabande
5. Bourée I&II
6. Gigue
프레데리크 쇼팽Fryderyk Chopin(1810-1849)
발라드 3번Ballade No. 3 in A flat major, Op. 47
3번Ballade No. 3 in A flat major, Op. 47
마주르카 셋3 Mazurkas Op. 59
No. 1 in A minor
No. 2 in A flat major
No. 3 in F sharp minor
폴로네이즈 5번Polonaise for Piano in F sharp minor Op. 44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1811-1886)
‘슬픔의 곤돌라’ 1번La lugubre gondola for Piano No. 1 S200
‘불행’Unstern! Sinistre, disastro S208
리하르트 바그너-베네치아Richard Wagner - Venezia S201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1811-1886)
피아노소나타 B단조Piano Sonata in B minor, S178
I. Lento assai - Allegro energico - Grandioso
II. Andante sostenuto
III. Allegro energico
프랑스풍 서곡 8번 에코Overture in the French Style in B Minor, BWV 831 - VIII. Echo
율리아나 아브제예바Yulianna Avdeeva 피아노
April 22, 2018 Tchaikovsky Concert Hall, Moscow, Russia
https://meloman.ru/concert/yulianna-avdeeva-201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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