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기차 / 심재휘
가을은 오고 기차는 갑니다 우리가 때로 작은 역들을 그냥 지나치면 가을 기차가 멀리 간다는 뜻입니다 내가 앉은 자리는 기차표에 적힌 대로 역방향이고요 미래를 등지고 앉아버린 이 자리는 지나간 것들만 볼 수 있는 자세입니다 다가오는 풍경은 마주 앉은 이의 다정한 눈동자에만 있습니다 어느 역에서 그 사람 나를 두고 내린다면 나는 미래를 잃고 가을 기차는 멀리 갈 뿐입니다
잠시 정차한 작은 역에서 몇은 내리고 몇은 탑니다 철길 너머 반쯤 무너진 돌집이 햇살에 조금 더 무너집니다 참나무 숲 속에는 간혹 쓰러진 떡갈나무가 있고 막 내렸는지 벤치에 앉아 기차를 바라보는 한 사람을 두고 이내 기차는 떠납니다 사라지도록 먼 곳으로 멀리 갈 뿐입니다 가다보면 기차에서 내려 며칠 묵을 만한 마을이 어딘가에 있을 법도 한데 기차에서 내리지 못하는 나의 자세는 종착까지 역방향의 자리입니다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심재휘, 창비, 2022, 16쪽)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첼로소나타 ‘아르페지오네’Sonata per violoncello e pianoforteD 821 "Arpeggione" - Martha Argerich - Mischa Maisky - Milano 2016
I. Allegro moderato
II. Adagio
III. Allegretto
미샤 마이스키Mischa Maisky 첼로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 피아노
https://www.youtube.com/watch?v=A1Y9-ajhMGw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아르페지오네 소나타Sonata in a-minor for arpeggione and piano
도미니크 바그너Dominik Wagner 더블 베이스(double bass) and 아우렐리아 비소반Aurelia Visovan 피아노(piano) play Franz Schubert's sonata in a-minor for arpeggione and piano, 더블 베이스 편곡arranged for double bass and piano.
Recording session: April 2019 at the Mozartsaal of the Wiener Konzerthaus
https://www.youtube.com/watch?v=0gbh3cwlqw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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