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 천양희마음 끝이 벼랑이거나하루가 지루할 때마다바람이라도 한바탕 쏟아지기를 바랄 때가 있다자기만의 지붕을 갖고 싶어서우산을 만들었다는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후박잎을 우산처럼 쓰고 비바람 속을 걸어가던 네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별명이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 랭보를 생각할 때마다바람은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서로 부르며 손짓하는 것이라던절절한 구절을 옮겨 적고 싶을 때가 있다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라고 다른 얼굴을 할 때마다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라던 죽은 시인의 시를 중얼거릴 때가 있다여러번 내가 나를 얻지 못해 바람을 맞을 때마다바람 속에 얼굴을 묻고 오래 일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이 세상 어디에 꽃처럼 피우는 바람이 있다면바람에도 방향이 있고 그 속에도 뼈가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