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바흐 무반주바이올린 파르티타 1번, 2번 : 기돈 크레머 - 봄이 하는 일 : 류시화

들꽃 호아저씨 2022. 4. 11. 11:23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바이올린 파르티타1Violin Partita no. 1 in B minor BWV 1002

. Allemanda

. Double

. Corrente

. Double. Presto

. Sarabande

. Double

. Tempo Di Borea

. Double

 

기돈 크레머Gidon Kremer 바이올린

in front of the gleaming gold altar of the Church of St. Nikolaus in Lockenhaus, Burgenland. The recording dates from 2006.

https://www.youtube.com/watch?v=gipH7lZon88&t=122s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1685 1750)

무반주바이올린 파르티타 2Partita n. 2 in d-Moll für Violine BWV 1004

I. Allemanda

II. Corrente

III. Sarabanda

IV. Giga

V. Ciaccona

 

기돈 크레머Gidon Kremer 바이올린

in front of the gleaming gold altar of the Church of St. Nikolaus in Lockenhaus, Burgenland. The recording dates from 2006.

https://www.youtube.com/watch?v=AO1-68uB-OU

 
기돈 크레머Gidon Kremer  바이올린

 

 

 

봄이 하는 일 / 류시화

 

 

부드럽게 하고, 틈새로 내밀고, 물방울 모으고

서리 묻은 이마 녹이고

움츠렸던 근육 멀리까지 뻗고

단단한 겉껍질 부수고

아직은 약한 햇빛 뼛속으로 끌어들이고

늦눈 대비해 촉의 대담함 자제시키고

어린 꽃마다 술 달린 얼굴 가리개 걸어 주고

북두칠성의 국자 기울여 비를 내리고

울대 약한 새들 노래 연습시키고

발목 접질린 철새 엉덩이 때려 떠나게 하고

소리 없이 내린 눈 물소리로 흐르게 하고

낮의 길이 최대한 늘리고

속수무책으로 올라오는 꽃대 길이 계산하고

숨겨 둔 물감 전부 꺼내 오고

자신 없어 하는 봉오리들 얼굴 쳐들게 하고

곤충의 겹눈에서 비늘 벗기고

꽂잠 깨워 온몸으로 춤출 준비하고

존재할 충분한 이유 찾아내고

가진 것 남김없이 사용하고

작년과 다른 방향으로 촉수 나아가게 하고

주머니에서 '파손 주의' 꼬리표 붙은 희망 꺼내고

자잘한 상처들 위로 빛 쓸어내리고

처음 온 곳인데 돌아왔다는 느낌 들게 하고

봄이 되려면 당신도 이만큼 바빠야 한다

당신은 세상이 꽃을 피우는

가장 최신의 방식이므로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류시화, 수오서재,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