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3번 ‘열정’ : 알도 치콜리니 - 매화꽃 흩날릴 때 : 황동규

들꽃 호아저씨 2022. 4. 13. 09:30

 

 

“나는 이보다 훌륭한 음악을 모릅니다. 매일 들어도 좋을 거요. 인간이 이런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미래는 공포의 교향곡이 아닙니다. 미래는… 베토벤입니다. 투쟁과 시련을 넘어 환희로! 미래는 자유 투쟁의 불꽃입니다.” - 1963년 소련 영화 <아파시오나타>에서 레닌(러시아 혁명가)의 대사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소나타 23 열정’Sonata No. 23 in F minor, Op. 57 "Appassionata"

I. Allegro assai

II. Andante con moto

III. Allegro ma non troppo - Presto

 

알도 치콜리니Aldo Ciccolini (1925- 2015)  피아노

https://www.youtube.com/watch?v=1W_Yi3whwe0

 

 

알도 치콜리니Aldo Ciccolini(1925-2015) 피아노

 

 

매화꽃 흩날릴 때 / 황동규

-남해에서
 

며칠 동안 꽃샘바람 잘 견뎌낸 꽃잎들

오늘은 바람 별로인데 흩날린다,

민박집 마당에도 장독들 사라진 장독대에도

등어리에 푸른 이끼 얹은 돌담 너머로도.

핀 자리에서 시들어 떨어지지 않고

날다 가는 게 얼마나 신명지냐!

 

살아 있는 것들이 순서 없이 너도나도

가진 것 안 가진 것 다 꺼내놓는 이 봄날,

묵묵히 서 있던 백목련들

늦었다는 듯 하얀 촛불들 일제히 치켜들고

빈 나무 줄기였던 산수유들

화사하게 노란 옷들을 차려입었다.

 

꺼내놀 게 따로 없는 자는 뭘 내놓지?

빈 장독대에 올라간다.

머리에 꽃잎 두엇 내려앉는다.

없는 장독 뚜껑 대신 몸의 뚜껑 열듯

크게 한번 기지개를 켠다.

 

간장 버린다! 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아직 무언가 일낼 게

이 몸 어디엔가 담겨 있다니!

 

-『오늘 하루만이라도(황동규, 문학과지성사,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