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베토벤 현악사중주 4번, 슈베르트 현악사중주14번‘죽음과 소녀’ : 예루살렘 사중주단 - 봄밤 : 김사인

들꽃 호아저씨 2022. 4. 22. 20:13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현악사중주 4String Quartet No.4 in C minor Op.18 No.4

. Allegro ma non tanto

. Andante scherzoso quasi Allegretto

. Menuetto allegretto

. Allegro

 

예루살렘 사중주단Jerusalem Quartet

알렉산더 파블로프스키Alexander Pavlovsky바이올린

세르게이 브레슬러Sergei Bresler바이올린

오리 캄Ori Kam비올라

키릴 즐로트니코프Kyril Zlotnikov첼로

https://www.youtube.com/watch?v=tBeeLL1MVko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현악사중주14죽음과 소녀’String Quartet No. 14, in D minor, D. 810, “Death & the Maiden”

I. Allegro

II. Andante con moto

III. Scherzo. Allegro moltoTrio

IV. PrestoPrestissimo

 

예루살렘 사중주단Jerusalem Quartet

알렉산더 파블로프스키Alexander Pavlovsky바이올린

세르게이 브레슬러Sergei Bresler바이올린

오리 캄Ori Kam비올라

키릴 즐로트니코프Kyril Zlotnikov첼로

https://www.youtube.com/watch?v=A8CAWN1VOpI&t=55s

 

예루살렘 사중주단 Jerusalem Quartet

 

 

 

 

봄밤 / 김사인

 

나 죽으먼 부조돈 오마넌은 내야 도ㅑ 형, 요새 삼마넌짜리도 많던데 그래두 나한테는 형은 오마넌은 내야 도ㅑ 알었지 하고 노가다 이아무개(47세)가 수화기 너머에서 홍시냄새로 출렁거리는 봄밤이다.

어이, 이거 풀빵이여 풀빵 따끈할 때 먹어야 되는디, 시인 박아무개(47세)가 화통 삶는 소리를 지르며 점잖은 식장 복판까지 쳐들어와 비닐봉다리를 쥐어주고는 우리 뽀뽀나 하자고, 뽀뽀를 한번 하자고 꺼멓게 술에 탄 얼굴을 들이대는 봄밤이다.

좌간 우리는 시작과 끝을 분명히 해야 혀 자슥들아 하며 용봉탕집 장사장(51세)이 일단 애국가부터 불러제끼자, 하이고 우리집서 이렇게 훌륭한 노래 들어보기는 츰이네유 해쌓며 푼수 주모(50세)가 빈 자리 남은 술까지 들고 와 연신 부어대는 봄밤이다.

십이마넌인데 십마넌만 내세유, 해서 그래두 되까유 하며 지갑들 뒤지다 결국 오마넌은 외상을 달아놓고, 그래도 딱 한 잔만 더, 하고 검지를 세어 흔들며 포장마차로 소매를 서로 끄는 봄밤이다.

죽음마저 발갛게 열꽃이 피어

강아무개 김아무개 오아무개는 먼저 떠났고

차라리 저 남쪽 갯가 어디로 흘러가

칠칠치 못한 목련같이 나도 시부적시부적 떨어나졌으면 싶은

이래저래 한 오마넌은

더 있어야 쓰겠는 밤이다.

- 김사인, 『가만히 좋아하는』(창비,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