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들르다’와 ‘들리다’

들꽃 호아저씨 2022. 5. 3. 10:46

 

 

[똑똑 우리말] ‘들르다들리다

 

퇴근길에 슈퍼에 들러 장을 봤다.” “퇴근길에 슈퍼에 들려 장을 봤다.”

 

위 문장 속 들러들려는 모두 슈퍼에 잠깐 머무르다란 뜻으로 쓰였다. 둘 중 바른 표현은 무엇일까.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란 뜻의 동사는 들르다이다. 한데 발음 때문인지 들르다를 써야 할 자리에 들리다를 쓰는 경우가 있다. ‘들르다의 활용형인 들러’, ‘들르니등을 들려’, ‘들리니등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들러들르다의 어간 들르-’에 어미 가 붙을 경우 가 탈락하면서 만들어진 형태로 퇴근길에 슈퍼에 들러 장을 봤다가 맞는 표현이다.

 

들리다듣다또는 들다의 피동형 동사로 병에 걸리다’, ‘사람이나 동물의 감각 기관을 통해 소리가 알아차려지다’, ‘손에 가지게 되다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감기가 들리다”,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려 왔다처럼 들려’, ‘들리니등으로 활용된다.

 

들르다’, ‘들리다의 경우와 비슷한 예로 몸을 가누어 움직이다란 뜻의 추스르다가 있다. “며칠째 몸을 못 추스르고 누워만 있다처럼 써야 할 것을 추스리고또는 추슬리고로 잘못 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치르다잠그다역시 마찬가지다. “내일까지 잔금을 치러야한다치뤄야로 쓴다거나 바람이 많이 부니 외투 단추를 잠그고가라잠구고로 쓰는 것이다.

 

서울신문 오명숙 어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