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따 논 당상'이 아니라 '따 놓은 당상'이에요

들꽃 호아저씨 2022. 5. 3. 10:57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따 논 당상'이 아니라 '따 놓은 당상'이에요

 

남의 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라는 말을 흔히 쓴다. 남의 일에 공연히 간섭하고 나서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우리 속담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이런 경향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우승은 따 논 당상이라고도 한다. 일이 확실하여 조금도 틀림이 없음을 나타낼 때 하는 말이다. 두 속담에 쓰인 놔라/은 모두 기본형 놓다에서 온 말이다.

 

놓다는 규칙활용으로 줄지 않아

 

그런데 놔라/형태를 보기에 따라 좀 낯설게 느끼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놓아라/놓은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놓아라놔라로 줄여 쓸 수 있지만, ‘놓은으로 줄지 않는다. 틀린 표기라는 뜻이다.

 

우선 놔라부터 살펴보자. ‘놓다는 규칙동사다. 활용을 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놓고/놓지/놓아/놓은/놓았다식으로 어간인 -’ 부분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놓아놓아라/놓았다같은 것을 /놔라/놨다로도 쓴다. 받침 ㅎ이 탈락하면서 말 자체도 줄어들었다. 이는 비슷한 형태인 좋다좋아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 특이한 사례다. 그래서 한글 맞춤법에서도 이를 예외적인 현상으로 다뤄 그 용법을 인정했다. 맞춤법 35항에서 놓다가 어미 ‘-와 결합할 때 놓아, 놓아라놔라, 놓았다놨다로 줄어들 수 있다고 따로 정했다. 두 가지를 다 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놓은으로 줄여 쓰는 것은 안 된다. ‘놓다는 규칙동사이기 때문에 활용할 때 어간의 형태가 바뀌지 않는다. 이를 자칫 으로 적기 십상인 것은 놔라/놨다같은 예외적 현상에 이끌린 탓이다. 하지만 이것이 틀렸다는 것은 같은 규칙동사인 닿다/빻다/찧다와 형용사 좋다등의 말을 활용해 보면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좋은 사람존 사람이라 하지 않는다. ‘졸다의 관형형이다. ‘곱게 빤 밀가루가 틀린 까닭도 같다. ‘빻은이라고 해야 한다. ‘빨다가 활용한 꼴이다. 마찬가지로 관형형이 인 말은 따로 있다. 동사 놀다가 그것이다. 이 말은 활용 시 놀고, 놀면, 노니, 처럼 불규칙하게 어간이 바뀐다.

 

어떻게는 부사어서술어 있어야 문장 완성

 

용언의 활용법 가운데 어떡해/어떻게용법도 어렵게 느끼는 것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 역시 활용 개념을 이해한다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이들은 각각 어떡하다어떻다에서 온 말이다. 우선 어떻다어떠하다가 준 말이다. ‘어떻게는 그 어떻다가 부사형 연결어미로 활용한 꼴이다. 따라서 뒤에 반드시 서술어가 와야 한다. 가령 나 어떻게로 문장을 마친다면 서술어가 빠져 미완의 글이 된다. 문맥에 따라 ‘~따위를 추가해야 온전한 문장이 된다.

 

그럼 어떡하다는 무엇일까? 이는 어떠하게 하다가 줄어든 말이다. ‘어떻게 하다를 거쳐 어떡하다가 됐다. 그 자체로 하나의 단어다. 그러니 하다동사의 활용을 따르면 된다. ‘어떡하고, 어떡하게, 어떡해, 어떡한다고식으로 어근(‘어떡’)은 변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어떡해어떻게 해가 준 것으로 그 자체가 종결 형태다. 문장의 끝에 와서 서술어 기능을 한다는 뜻이다. 간혹 어떻해’ ‘어떡게로 쓰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틀린 표기다. ‘어떻다어떡하다를 활용해보면 그렇게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