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윗집’엔 있고 ‘위층’엔 없다
층간소음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윗층에서 모른 척하니 천장에 스피커라도 달아 소음을 돌려주고 싶어요” “아이들이 뛰지 않았는데도 아랫층에서 쿵쿵거린다고 올라오니 짜증 나네요”라며 서로 맞설 때가 많다. 이런 인식 차가 아래윗집의 갈등을 더 키우기도 한다.
층간소음 문제와 관련해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 ‘윗층’과 ‘아랫층’으로 잘못 표기할 때가 적지 않다. “위층에서 모른 척하니” “아래층에서 쿵쿵거린다고 올라오니”로 고쳐야 바르다. ‘위층’과 ‘아래층’은 ‘윗집’과 ‘아랫집’처럼 사이시옷을 넣어 사용하면 안 된다.
사이시옷은 둘 이상의 실질형태소가 결합해 하나의 단어가 될 때 두 말 사이에서 소리가 덧나거나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면 넣는다. ‘위’와 ‘마을’, ‘아래’와 ‘마을’이 합쳐질 때 ‘ㄴ’ 소리가 덧나 각각 [윈마을] [아랜마을]이 되므로 ‘윗마을’ ‘아랫마을’로 적는다. ‘위’와 ‘집’, ‘아래’와 ‘집’이 합쳐질 때는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변해 각각 [위찝] [아래찝]이 되므로 ‘윗집’ ‘아랫집’으로 쓴다. 뒷말의 첫소리가 원래부터 된소리이거나 거센소리이면 사이시옷을 넣을 필요가 없다.
‘위층’과 ‘아래층’의 경우 별다른 소리의 변화가 없으므로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는다. ‘위쪽’과 ‘아래쪽’도 ‘윗쪽’과 ‘아랫쪽’으로 적을 이유가 없다. 합성어에서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나 거센소리일 때는 앞말에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는다. 뒤처리, 뒤편, 뒤풀이, 뒤탈, 위턱, 아래턱 등은 사이시옷을 넣지 않고 그대로 쓰면 된다. ‘웃통’의 경우는 어떨까? ‘웃-’이 접두사이므로 이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해우소는 뒤꼍에 500년은 족히 되는 장려한 은행나무를 거느리고 있다. [경향신문 03.12.04]
다혈질이지만 뒤끝은 없는 스타일[조선일보03.12.07]
`사오정`(45세 정년)이란 말이 이제 뒤켠(-> 뒤꼍)으로 밀려버렸다.[MBN뉴스 03.12.08]
집 뒤에 있는 뜰이나 마당을 '뒤꼍'이라 한다. 이는 뒤뜰과도 같은 의미로 쓰이는데, '뒤켠'이나 '뒷꼍'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뒤쪽을 '뒤켠'이라고 함을 볼 수 잇는데 이 역시 잘못이다. 예컨데 '뒤꼍의 복숭아나무에는 볼연지를 머금은 누님 볼 같은 복숭아가 탐스럽게 달려 있다.' '뒤꼍에서는 병아리를 쫓던 강아지와 어미 닭이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처럼 쓰인다.
이와는 별도로, 일의 맨 나중 또는 끝이나, 어떤 일이 있은 바로 뒤나, 좋지 않은 감정이 있은 다음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감정을 '뒤끝'이라고 한다. 예컨대 '무슨 일이든 과정도 중요하지만 뒤끝이 좋아야 한다.' '장마 뒤끝이라 채소 값이 많이 올랐다.' '그는 뒤끝이 없는 사람이다.'처럼 쓰인다.
참고자료: <혼동되기 쉬운 말 비교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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