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되뇌이지 말라
<데얀에 데인 부산>
어느 신문에 실린 제목이다.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가 두 골이나 넣은 데얀 때문에 FC서울에 졌다는 기사인데, 머리글자로 운을 맞춘 '데얀'과 '데인'으로 멋들어지게 제목을 뽑았다. 한데, 멋있어 보이는 건 딱 거기까지. 이 제목에는 큰 잘못이 있다. '데이다'라는 우리말은 없기 때문이다. '데이다'는 '데다'의 피동형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데다' 자체에 피동의 뜻이 있으므로 '데이다'라는 피동 꼴은 필요 없다. 그러니 저 제목은 <데얀에 덴 부산>이라야 정확했던 것.
저처럼 착각하기 쉬운 말로는 '뉘이다'도 있다. '밤에는 뜨끈한 온수풀에 몸을 뉘인 채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한다'라거나 '하는 수 없이 차에 몸을 뉘인 병만 족은 혹시나 야생동물의 습격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겨우 잠을 청했다'라는 신문기사도 보이지만, 이런 '뉘인'들은 잘못이다. 우리말에 왜 '뉘이다'가 없는지는 말을 뜯어보면 알 수 있다. 즉, '눕다'의 사동사가 '누이다'이고, 이 말을 줄여 쓰면 '뉘다'이므로 '뉘이다'는 '누이+이다'가 되는 것.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누이이다'라는 말은 없다.
'배이다'도 비슷한 말이다. '나눔과 배려가 몸에 배인 사람들'처럼 쓰지만, 역시 '배이다'라는 우리말은 없다. '배다'에 이미 '버릇이 되어 익숙해지다'라는 뜻이 있기 때문에 '몸에 밴'으로 쓰면 충분하다.
'품격이 없다. 올해 검찰 안팎에서 쏟아지는 공안 혹은 정치적 이슈를 지켜보면서 수십 번 되뇌인 말이다.'
이 기사 문장에 나온 '되뇌인'도 그런 말이다. 우리말에 '되뇌이다'가 없으므로 같은 말을 되풀이하여 말하는 걸 가리킬 땐 '되뇐'으로 써야 한다. 매 순간 '되뇌이고' 수십 번 '되뇌여'도 모두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이마가 땅에 닿일 정도로 큰절을 했다'에 나온 '닿일'도 '닿을'로 써야 한다. '닿이다'도 우리에겐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진원 기자http://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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