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239 - 아니오, 아니요
"물음에 `예` `아니오`로 답하시오"와 "물음에 `예` `아니요`로 답하시오" 중 어느 것이 맞을까? 알쏭달쏭한 분이 많을 것이다. 답부터 말하자면 `아니요`가 옳다.
글에서 `아니오`와 `아니요`를 구분해 써야 할 상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대답하는 말인 `예`와 짝을 이루는 경우인데, 이때는 `아니요`가 맞다. 친구가 "숙제 다 했니?"라고 묻는다면 "응" 또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같은 질문을 윗사람이 했다면 대답은 "예" 또는 "아니요"로 바뀐다. 이때의 `아니요`는 감탄사 `아니`에 존대를 나타내는 보조사 `요`가 붙은 것이다. 감탄사에 종결어미 `-오`가 붙을 수는 없으므로 이 경우 `아니오`로 쓸 수 없다.
둘째는 문장 속에서 연결하는 역할을 할 때다. "어렸을 때부터 옆집에서 살아온 우리는 친구가 아니요, 형제랍니다." 이처럼 글을 이어주는 상황에는 `아니요`를 써야 한다. 여기서의 `아니요`는 형용사 `아니다`의 어간 `아니-`에 연결어미 `-요`가 붙은 것이다. 이때는 문장을 끝내는 것이 아니므로 종결어미 `-오`를 써서 `아니오`로 하면 안 된다.
셋째는 설명하거나 물으면서 문장을 끝맺는 경우다. 예를 들면 "판다는 곰이 아니오" "이미 늦은 것 아니오?" 같은 것들이다. 이때의 `아니오`는 형용사 `아니다`의 어간 `아니-`에 종결어미 `-오`가 붙은 것이다.
정리하면 `응/아니`의 존대어나 연결에는 `아니요`를 쓰고, 문장을 끝맺을 때는 `아니오`를 쓰면 된다.
2004/02/24 중앙일보
‘가다, 보니, 많아, 좋은’에서 ‘-다, -니, -아, -은’ 따위를 ‘어미’라고 한다. 어미는 어말어미와 선어말어미로 나뉘고, 어말어미는 다시 종결어미와 연결어미로 나뉜다. 종결어미는 문장의 끝에 쓰여 그 문장을 마무리하는 어미이고, 연결어미는 앞말과 뒷말을 이어주는 어미이다. ‘비가 오면 좋겠다.’에서 ‘-면’은 ‘비가 오다’와 ‘좋겠다’를 이어주는 연결어미이고, ‘-다’는 그것으로써 문장이 끝나므로 종결어미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그것은 정답이 아니오/아니요.’에서 맞는 표기는 뭘까? 답은 ‘아니오’이다. 문장을 끝맺는 자리이므로 종결어미인 ‘-오’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요’는 연결어미이다. ‘어서 오십시오.’가 맞고 ‘어서 오십시요.’가 틀린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식당 같은 곳에서 듣곤 하는 ‘어서 옵쇼.’는 ‘어서 오십시오.’가 줄어든 말이다.
‘우리는 형제가 아니오/아니요 친구랍니다.’에서는 ‘아니요’가 맞다. 이때는 뒤에 ‘친구랍니다’가 이어지므로 연결어미인 ‘-요’를 써야 한다. ‘-요’는 ‘이다’나 ‘아니다’하고만 결합하는 연결어미로서 뜻은 ‘-고’와 비슷하다. “여관에 행장을 풀고 밖에 나서니 앞도 산이요, 뒤도 산이요, 산허리에는 구름과 안개뿐이요, 들리는 것은 물소리뿐이다.”‘정비석, 비석과 금강산의 대화’
“네가 유리를 깨뜨렸니? 아니오/아니요, 형이 깨뜨렸어요.”에서도 ‘아니요’가 맞다. 단, 이때의 ‘요’는 연결어미가 아니다. 여기서 쓰인 ‘아니요’는 윗사람이 묻는 말에 부정하여 대답할 때 쓰는 감탄사로서, ‘아니’에 높임의 뜻을 더하는 조사 ‘요’가 결합한 것이다. ‘아니, 형이 깨뜨렸어.’와 비교해 보면, ‘요’를 붙임으로써 높임의 뜻이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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