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 모음곡, 베르크 바이올린협주곡 '한 천사를 기억하며‘, 바르토크 무반주 바이올린소나타, 브람스 교향곡 4번 : 레 디소낭스, 다비드 그리말 - 마흔두 개의 초록 : ..

들꽃 호아저씨 2022. 6. 9. 06:57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1864-1949)

장미의 기사 모음곡Le Chevalier à la rose OP. 59 : Suite pour Orchestre

 

알반 베르크Alban Berg(1885~1935)

바이올린협주곡 '한 천사를 기억하며‘Concerto Pour Violon Et Orchestre "A La Memoire D'un Ange"

 

벨라 바르토크Béla Bartók(1881-1945)

무반주 바이올린소나타Sonate pour violon seul SZ. 117 : Melodia, Adagio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1833-1897)

교향곡 4Symphonie n. 4 en mi mineur op. 98

I. Allegro non troppo

II. Andante moderato

III. Allegro giocoso

IV. Allegro energico e passionato  Più Allegro

 

레 디소낭스Les Dissonances

다비드 그리말David Grimal

https://philharmoniedeparis.fr/fr/live/concert/1085012-le-chevalier

 

Le Chevalier

 

philharmoniedeparis.fr

 

 

다비드 그리말David Grimal

 

 

레 디소낭스Les Dissonances

 

마흔두 개의 초록 / 마 종 기

 

초여름 오전 호남선 열차를 타고

창밖으로 마흔두 개의 초록을 만나다.

둥근 초록. 단단한 초록, 퍼져 있는 초록 사이,

얼굴 작은 초록, 초록 아닌 것 같은 초록,

머리 헹구는 초록과 껴안는 초록이 두루 엉겨

왁자한 햇살의 장터가 축제로 이어지고

젊은 초록은 늙은 초록을 부축하며 나온다.

그리운 내 강산에서 온 힘을 모아 통정하는

햇살 아래 모든 몸이 전혀 부그럽지 않다.

물 마시고도 다스려지지 않는 목마름까지

초록으로 색을 보인다. 흥청거리는 더위.

열차가 어느 역에서 잠시 머무는 사이

바깥이 궁금한 양파가 흙을 헤치고 나와

갈색 머리를 반 이상 지상에 올려놓고

다디단 초록의 색갈을 취하도록 마시고 있다.

정신 나간 양파는 제가 꽃인 줄 아는 모양이지.

이번 주일을 골라 친척이 될 수밖에 없었던

마흔두 개의 사연이 시끄러운 합창이 된다.

무겁기만 한 내 혼도 잠시 내려놓는다.

한참 부풀어오른 땅이 눈이 부셔 옷을 벗는다.

정읍까지는 몇 정거장이나 더 남은 것일까.

 

-​『마흔두 개의 초록(마종기, 문학과지성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