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 : 마르타 아르헤리치 - 자화상 : 김용택

들꽃 호아저씨 2022. 6. 9. 08:42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피아노협주곡 1Piano Concerto No. 1 in C major, Op. 15

I. Allegro con brio

II. Largo

III. Rondo: Allegro scherzando

 

루체른페스티벌오케스트라Lucerne Festival Orquestra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Herbert Blomstedt

https://www.youtube.com/watch?v=toSjNsBgsJg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ha Argerich 피아노
 
 

자화상 / 김용택

 

사람들이 앞만 보며 부지런히 나를 앞질러갔습니다.

나는 산도 보고, 물도 보고, 눈도 보고, 빗줄기가 강물을 딛고 건너는 것도 보고

꽃 피고 지는 것도 보며 깐닥깐닥 걷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다 떠나갔지요.

난 남았습니다.

남아서, , 어머니, 농부, , 늦게 지는 달, , , 늦게 가는 철새,

일찍 부는 바람,

잎 진 살구나무랑 살기로 했습니다.

그냥 살기로 했답니다.

가을 다 가고 늦게 우는 철 잃은 풀벌레처럼

쓸쓸하게 남아

때로, 울기도 했습니다.

아직 겨울을 따라가지 않은,

가을 햇살이 샛노란 콩잎에 떨어져 있습니다.

유혹 없는 가을 콩밭 속은 아름답지요.

천천히 가기로 합니다.

천천히, 가장 늦게 물들어 한 대엿새쯤 지나 지기로 합니다.

그 햇살 안으로 뜻밖의 낮달이 들어오고 있으니.

- 수양버들(김용택, 창비,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