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 (1839–1881)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 (1874)
I. 프롬나드Promenade
II. ‘난장이Gnomus
III. Promenade
IV. 옛 성Il vecchio castello
V. Promenade
VI. 튈르리 궁Tuileries
VII. 비들로Bydło
VIII. Promenade
IX.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Ballet of the Chickens in their Shells
X. 사무엘 골덴베르크와 슈뮐레"Samuel" Goldenberg und "Schmuÿle"
XI. 리모주의 시장Limoges, le marché (The Market Place at Limoges)
XII. 카타콤Catacombæ (Sepulcrum romanum)
XIII. 바바 야가의 오두막집Baba-Yaga's Hut on Chicker Legs
XIV. 키예프의 대문The Great Gate of Kiev
알리스 사라 오트Alice Sara Ott 피아노
https://www.youtube.com/watch?v=a83GJbdEI6k&t=74s

하찮은 대화 / 문계봉
- 운유당(暈遊堂) 서신(書信)
오전 11시, 김밥 한 줄, 책 서너 권 챙겨 들고 산에 오른 후, 5시가 다 돼서야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비빔국수를 만들 거란 말을 했지요. 칼칼하게 콩나물국도 끓일 거란 말도 했고요. 나는, 비빔국수는 면발의 탄력이 중요하니 너무 오래 끓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을 했지요.
하루가 다 가도록 각자의 시간을 보내던 우리가 저물녘이 되어서 나눈 대화란 고작 이렇게도 하찮아 보이는 대화였지요. 그러나 나는 그것이 결코 하찮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신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당신의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를 마음으로 받아 줄 상대가 된 거니까요.
나는 언제나 하찮은 이야기 속에 담긴, 당신이 말하려고 하는 숨은 의미들을 읽어 내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신념, 수줍음, 망설임, 그리고 지향 있는 사랑이, 하찮게 주고받은 모든 단어들의 자음과 모음 사이에 비빔국수 양념처럼 스미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찮게 보아 주니 얼마나 편한지요. 하찮은 척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다리는 비는 오늘도 이곳에 닿지 않았습니다. 비를 기다리는 기다림만은 결코 하찮은 기다림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너무 늦은 연서』(문계봉, 실천문학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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