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부모 속 좀 그만 썩혀라/썩여라.” - ‘썩이다’와 ‘썩히다’

들꽃 호아저씨 2022. 6. 17. 11:15

 

 

[똑똑 우리말] 썩이다썩히다/오명숙 어문부장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게 자식 때문에 속 썩는 부모 얘기다. 세종대왕조차 사고뭉치 아들 때문에 속깨나 썩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렇게 말썽 부리는 자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부모 속 좀 그만 썩혀라.” 한데 이때 쓰인 썩혀라는 맞는 표현일까.

 

썩다의 사동사인 썩이다썩히다는 모두 썩게 하다란 뜻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썩다가 여러 가지 뜻의 단어이기 때문에 썩이다썩히다의 의미도 약간 다르다.

 

먼저 썩이다걱정이나 근심 따위로 마음을 몹시 괴로운 상태가 되게 하다란 뜻이다. “이제 부모 속 좀 작작 썩여라”, “여태껏 부모 속을 썩이거나 말을 거역한 적이 없었다처럼 쓰인다.

 

이에 비해 썩히다는 좀더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유기물이 부패 세균에 의해 분해됨으로써 원래의 성질을 잃어 나쁜 냄새가 나고 형체가 뭉개지는 상태가 되게 하다’, ‘물건이나 사람 또는 사람의 재능 따위가 쓰여야 할 곳에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내버려진 상태로 있게 하다등의 뜻이 있다. “음식을 썩혀 거름을 만들다”, “그는 시골구석에서 재능을 썩히고 있다처럼 쓰인다.

 

따라서 부모 속 좀 그만 썩혀라라는 문장 속 썩혀라썩여라가 바른 표현이다.

 

즉 마음이나 골치는 썩이는것이고 음식이나 재능은 썩히는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오명숙 어문부장 http://oms30@seoul.co.kr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 썩히다, 썩이다

 

썩히다썩이다는 모두 썩다의 사동사이지만, ‘썩다가 다의어이기 때문에 썩히다썩이다의 의미도 다릅니다. ‘썩히다썩다의 기본 의미 가운데 부패하다와 관련이 있고, ‘썩이다마음이 괴로운 상태가 되다와 관련이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썩이다걱정이나 근심 따위로 마음이 몹시 괴로운 상태가 되게 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에 비해 썩히다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유기물을 부패균에 의하여 분해시킴으로써 원래의 성질을 잃어 나쁜 냄새가 나고 형체가 뭉개지는 상태가 되게 하는 것’ ‘물건이나 사람 또는 사람의 재능 따위를 쓰여야 할 곳에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내버려진 상태에 있게 하는 것등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마음은 썩이는것이고, 음식이나 재능은 썩히는것임을 명심해 둔다면 헷갈리지 않겠죠? 그럼 다음의 예를 통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썩이다는 다음과 같이 쓰입니다.

 

* 청소년들의 일탈행위는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각양각색이지만, 경찰이 가장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폭주족 문제다.

 

* 특히 방학 때만 몰리는 학생들 때문에 각 지자체 자원봉사센터는 방학 프로그램 개발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고 합니다.

 

* 요즘 학생들은 방학숙제를 미뤄둔 채 인터넷과 케이블TV의 게임에 빠져 부모들의 속을 썩이고 있다고 한다.

 

반면 썩히다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싱글족이나 핵가족의 경우 과일이나 야채를 냉장고에서 썩혀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 미술과 음악은 몇몇 유명인을 제외하면 아직도 수많은 화가와 음악가가 아까운 재능을 썩히고 있으며 문학과 출판시장은 더욱 비참하다.

 

* 대기업에서 사원을 뽑지 않으면 사회 정체가 생기고 청년실업이 늘어나 아까운 인재를 썩히고 마는 것이다.

 

2006/09/14 머니투데이

 

 

 

-히다 동사

 

【…

 

1유기물이 부패 세균에 의하여 분해됨으로써 원래의 성질을 잃어 나쁜 냄새가 나고 형체가 뭉개지는 상태가 되게 하다. ‘썩다의 사동사.

 

음식을 썩혀 거름을 만들다.

 

2물건이나 사람 또는 사람의 재능 따위가 쓰여야 할 곳에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내버려진 상태로 있게 하다. ‘썩다의 사동사.

 

그는 시골구석에서 재능을 썩히고 있다.

기술자가 없어서 고가의 장비를 썩히고 있다.

이제는 자네 뽐낼 시대도 왔으니 한번 나서 보게. 아까운 영어를 썩히지 말고.변영로, 명정 40

 

3(속되게)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어떤 곳에 얽매이게 하다. ‘썩다의 사동사.

 

그때는 예심법이란 것이 있어 철저한 조사를 한다는 명분으로 몇 해이건 재판도 하지 않고 감옥에 넣어 썩힐 수가 있었다.이병주, 지리산

 

 

-이다 동사

 

【…

 

걱정이나 근심 따위로 마음이 몹시 괴로운 상태가 되게 만들다. ‘썩다의 사동사.

 

이제 부모 속 좀 작작 썩여라.

여태껏 부모 속을 썩이거나 말을 거역한 적이 없었다.박완서, 미망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