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브람스 대학축전서곡, 피아노협주곡 1번, 교향곡 1번 : 니콜라스 안겔리치, 파보 예르비 - 평양냉면 : 신동호

들꽃 호아저씨 2022. 6. 19. 03:26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1833-1897)

대학축전서곡Ouverture Académique Op.80

 

피아노협주곡 1Concerto Pour Piano Et Orchestre N°1 En Ré Mineur Op.15

I. Maestoso - Poco piu moderato

II. Adagio

III. Rondo : Allegro non troppo

 

간주곡 1Intermezzo N°1, Op. 117

 

교향곡 1Symphonie N° 1 En Ut Mineur Op. 68

I. Un poco sostenuto - Allegro

II. Andante sostenuto

III. Un poco allegretto e grazioso

IV. Adagio - Allegro non troppo, ma con brio

 

헝가리춤 1Danse Hongroise N° 1

 

파리오케스트라Orchestre de Paris

니콜라스 안겔리치Nicholas Angelich 피아노

파보 예르비Paavo Järvi

https://philharmoniedeparis.fr/fr/live/concert/1016964-orchestre-de-paris-paavo-jarvi-nicholas-angelich-johannes-brahms

 

Orchestre de Paris, Paavo Järvi, Nicholas Angelich : Brahms

 

philharmoniedeparis.fr

 

 

 

평양냉면 / 신동호

 

 

   열두 살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요선동 평양냉면을 첨 먹어봤다. 친구가 없던 아버지는 복더위에 삼계탕이나 개고기를 드실 때 꼭 날 데려갔다. 냉면 맛은 참 밍밍했다. 아버지 인생이 그랬다. 전쟁 통에 청각이 포격 소리와 함께 진흙탕에 묻혔다. 낚시찌처럼 강물 위에서 말없이 흔들리는 게 인생이었다.

 

   사랑이랍시고 절망에 몸부림치거나 시대에 모든 걸 바친다고 유치장과 감옥을 들락거렸으니, 꽤나 드라마틱한 삶 같지만 결국은 고만고만한 게 인생이다. 분노도 삭고 열등감 따위 아무것도 아니란 걸 알았을 때 냉면집 문턱이 닳도록 다니게 되었다. 양념 하나 없는 투명한 육수가 오래된 친구들 같아서 낮술에 자주 쓰러지던 시절, 전투력 없이도 툭툭 끊어지는 면발 앞에서 자주 무너지던 나이였다. 참으로 밍밍한 게, 뭐가 잘난지도 모르게 된 내 맘 같았다.

 

   서른일곱 살 때, 첨 대동강변에서 평양냉면을 먹어봤다. 유산 한 푼 없이 낚싯대 몇 개 남기고 간 아버지의 인생, 가끔이었지만 그 원망스러운 날들이 밍밍하게 희석되는 경험을 하고 말았다. 인생과 인생이 만나서 얼마나 더 질기게 한을 남겨놓겠는가. 고명들처럼 소박하게 어울리는 게 인생이다. 우리만 한 마음이 수두룩한 평양이었다.

 

-『장촌냉면집 아저씨는 어디 갔을가』(신동호, 실천문학사,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