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 4번 :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 달개비가 별의 귀에 대고 한 말 : 류시화

들꽃 호아저씨 2022. 6. 19. 14:40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바이올린소나타 4번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 4 in A minor, Op. 23

Ⅰ. Presto

Ⅱ. Andante scherzoso, più allegretto

Ⅲ. Allegro molto

 

아우구스틴 하델리히Augustin Hadelich 바이올린

찰스 오웬Charles Owen 피아노

Recorded Live in concert, May 9 2017 - Studio 2 des Bayerischen Rundfunks

https://www.youtube.com/watch?v=h79GEJY7N0o

 

아우구스틴 하델리히Augustin Hadelich 바이올린

 

 

달개비가 별의 귀에 대고 한 말 / 류시화

오늘 나는 죽음에 대해 회의를 갖는다

이 달개비, 허락 없이 생각의 경계를 넘어와 지난해

두 세 포기였는데 올해

마당 한 귀퉁이를 다 차지했다

뽑아서 아무 데나 던져도 흙 근처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는 이

한해살이풀의 복원력

단순히 죽음의 소멸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연약한 풀이 가진

세상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

그것이 나를 긍정론자이게 만든다

물결 모양으로 퍼져 가는 유연함

한쪽이 막히면 다른 쪽 빛을 찾아 나가는 본능적 지성

다른 꽃들에 변두리로 밀리면서도 그 자신은

중심에 서 있는 존재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불에 덴 것처럼 놀라는 인간들과는 사뭇 다르다

나는 장미가 이 닭의 장풀보다 귀하다는 것을 안다

신의 눈에는 그 반대일 수 있다는 것도

달개비의 여윈 손목을 잡고 해마다

두꺼비와 가시연꽃과 붉은가슴도요새가 나온다

무당벌레와 흰올빼미도 나온다

오늘 나는 달개비에 대해 쓴다

묶인 곳 없는 영혼에 대해

사물들은 저마다 시인을 통해 말하고 싶어 한다

나비가 태어나는 곳이나 생각의 틈새에서 자라는

이 마디풀에게서 배울 점은 다름 아닌

신비에 무릎 꿇을 필요

신비에 고개 숙일 필요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류시화, 열림원,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