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부비다’는 ‘비비다’가 바른말
신세대가 쓰는 말 가운데 ‘부비부비’라는 게 있다. 클럽 등에서 남자와 여자가 춤을 추면서 서로 몸을 밀착시키는 행위를 일컫는 일종의 은어다. 이런 춤을 ‘부비부비춤’이라고 한다.
‘부비부비’는 아마도 ‘부비다’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신체 부위를 맞대어 문지르는 것을 표현할 때 실제로 ‘부비다’는 말을 쓰는 사람이 많다. “아기의 볼이 부드러워 볼을 맞대고 부비고 싶었다” “눈을 부비며 일어난 아이는 엄마가 보이지 않자 울기 시작했다” 등처럼 사용한다.
그러나 ‘부비다’는 ‘비비다’가 바른말이다. “아기의 볼이 부드러워 볼을 맞대고 비비고 싶었다” “눈을 비비며 일어난 아이는 엄마가 보이지 않자 울기 시작했다” 등으로 고쳐 써야 한다.
‘부비다’가 ‘비비다’에 비해 좀 더 친밀하고 귀여운 어감이 들어서인지 ‘부비다’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부비부비’란 말이 유행하면서 ‘부비다’가 바른 표현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다. 하지만 ‘부비다’는 아직까지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비비다’로 바꿔 써야 한다.
김현정 기자
[우리말바루기] 몸을 부비다(?)
겨울 산의 나목(裸木)은 눈을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눈꽃을 피울 수만 있으면 차가운 몸이라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다. 눈은 따뜻한 사랑으로 자신을 가꿔줄 그에게 몸을 ‘부비며’ 그렇게 겨울을 보낸다.
“엄마는 사랑스러운 아기의 뺨에 얼굴을 부볐다” “놀이공원에 간다는 소리에 잠자던 아이는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와 같이 뺨이나 눈, 손 등 신체 부위를 맞대 문지르는 것을 표현할 때 ‘부비다’를 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비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국어사전에서 ‘부비다’를 찾아보면 어느 지역의 사투리란 말도 없이 ‘비비다’의 잘못이라고만 돼 있다. 그러므로 ‘부볐다, 부비며’는 ‘비볐다, 비비며’로 고쳐 써야 옳다. 예전 일부 사전에서는 ‘부비다’를 방언으로 본 경우도 있다.
‘비비다’는 ‘두 물체를 맞대어 문지르다(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다), 어떤 재료에 다른 재료를 넣어 한데 버무리다(국수는 열무에 비벼야 제 맛이 난다), 어떤 물건이나 재료를 두 손바닥 사이에 놓고 움직여서 뭉치거나 꼬이는 상태가 되게 하다(짚으로 새끼를 비벼 꼬다)’의 뜻으로 널리 쓰인다. 이 밖에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거나 아부하는 행동을 하다, 많은 사람 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다, 좁은 틈을 헤집거나 비집다, 어려운 상황을 이겨 내기 위해 억척스럽게 버티다’ 등 그 뜻이 다양하다. 유난히 눈을 보기 힘든 이번 겨울, 그래서 겨울 산은 눈이 그립다.
2008/01/20 중앙일보
비비다 「동사」
1 【…을】
「1」 【…을 …에/에게】【(…과) …을】 ((‘…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주어로 온다)) 두 물체를 맞대어 문지르다.
⸱아이들이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양복의 옷소매는 박박 비벼야 때가 빠진다.
⸱나도 따라 두 손바닥을 비비고 꾸벅 절을 했다.≪마해송, 아름다운 새벽≫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다.
⸱아이가 엄마에게 뺨을 비비며 좋아한다.
⸱나는 그녀와 서로 뺨을 비비며 애정을 나누었다.
⸱아이는 엄마와 서로 손을 비비면서 추위를 녹였다.
⸱그들은 서로 코를 비비면서 인사하는 것이 전통적인 인사법이다.
⸱아이들은 서로 몸을 비비면서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2」 【…을 …에】【…을 (…과)】 ((‘…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목적어로 온다)) 어떤 재료에 다른 재료를 넣어 한데 버무리다.
⸱자장면을 비비다.
⸱나물을 넣고 밥을 비빈다.
⸱밥을 고추장에 비벼서 먹다.
⸱국수는 열무에 비벼야 제맛이 난다.
⸱부엌에는 술밥을 퍼 놨고 누룩이랑 비벼서 항아리에 넣어야 할 일이 남아 있긴 했다.≪박경리, 토지≫
⸱남은 반찬을 모두 비벼서 비빔밥을 만들었다.
「3」 어떤 물건이나 재료를 두 손바닥 사이에 놓고 움직여서 뭉치거나 꼬이는 상태가 되게 하다.
⸱아버지가 새끼를 비벼 꼰다.
⸱마른 나뭇가지를 비벼서 불을 피웠다.
⸱창호지를 비벼서 호롱불 심지를 만들었다.
2 【…에게 …을】 ((‘손’과 함께 쓰여))
사람이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거나 아부하는 행동을 하다.
⸱부장이 사장에게 너무 손을 비빈다.
3 【(…과)】 ((‘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주어로 온다))
많은 사람 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다.
⸱단칸방에서 많은 식구와 비비며 살아간다.
⸱서로 싫다고 하면서도 오랜 시간을 비비고 살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4
「1」 좁은 틈을 헤집거나 비집다.
⸱설마하니 우리 둘 비비고 잘 데가 없을라고.≪홍성원, 육이오≫
⸱겨우 사람 하나 비비고 나갈 만한 골목은 그 끝이 길로 면한 높은 벽돌담이었고….≪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2」 어려운 상황을 이겨 내기 위하여 억척스럽게 버티다.
⸱막노동을 해서 그럭저럭 비비고 산다.
⸱서울에서 몸 하나로 비비고 있다.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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