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네 뜰에 던져놓았던 석류만한 내 심장도 그랬었거니

들꽃 호아저씨 2022. 7. 23. 07:54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3년만' '3년 만에'는 의미가 달라요

 

①집채만 한 파도. ②집채만한 파도. ③집채 만한 파도.
세 가지 띄어쓰기 가운데 맞는 것은 ①번이다. 조사 '만'의 용법 중 하나다.
'~만 하다/못하다'꼴로 쓰여 정도에 달함을 뜻한다.

 

글쓰기에서 띄어쓰기는 종종 사소한 것으로 치부돼 소홀히 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띄어쓰기는 글을 얼마나 성의 있게 썼는지를 보는 척도가 되곤 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글쓰기의 기본으로 받아들여지는 셈이다.

 

한정 의미는 조사, ‘동안 의미라면 의존명사

 

의존명사와 조사로 쓰이는 도 어려워하는 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각각의 쓰임새가 분명히 달라 구별하는 게 어렵지 않다. 우선 이 수량명사 뒤에 와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가 있다. 이때는 의존명사다. “신제품은 개발에 들어간 지 3년 만에 만들어졌다.” 지난 호에서 살핀 의존명사 와 어울려 ‘~한 지 ~만에 꼴로 많이 쓰인다. 둘 다 시간의 경과, 동안을 나타낸다.  은 언제나 시간이나 횟수를 나타내는 수량명사 뒤에 온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알아보기 쉽다. “30분 만에 보고서를 썼다”, “세 번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식으로 쓰인다.

조사(정확히는 보조사) ‘은 쓰임새가 전혀 다르다. “그 사람만 왔다.” “놀기만 한다.” “이것은 저것만 못하다.” 이런 데 쓰인 은 모두 무엇을 강조하거나 어느 것에 한정하거나 비교하는 의미를 나타낸다. 이때는 이 조사이므로 늘 윗말에 붙여 쓴다. 같은 이지만 “3년 만에 만났다 “3년만 기다려라의 띄어쓰기가 다른 이유다.

이제 응용을 해보자. 집채만 한 파도. 집채만한 파도. 집채 만한 파도. 세 가지 띄어쓰기 가운데 맞는 것은 번이다. 조사 의 용법 중 하나다. ‘~만 하다/못하다꼴로 쓰여 앞에서 말하는 정도에 달함을 뜻한다. “형만 한 아우 없다처럼 체언 뒤에 붙는다는 형태적 특성이 있다. 이 용법은 보조용언 만하다와 비슷한 꼴이라 주의해야 한다. ‘만하다는 앞에서 말하는 만큼의 가치가 있음을 나타낸다. “주목할 만한 성과/참을 만하다처럼 쓰인다. 본용언 뒤에서 ‘-ㄹ 만하다(활용형: -ㄹ 만한)’ 구성으로 쓰인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구별하기 편하다.

 

‘~할 듯하다는 띄는 게 원칙이지만 붙여 써도 돼

 

수많은 보조용언의 용법도 띄어쓰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보조용언은 본용언과 어울려 구()의 구조를 이루는 것이므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일부는 붙여 쓰는 것도 허용했다. 그 경우는 딱 두 가지다.

첫째, 본용언의 ‘-/ 활용형에 보조용언이 붙는 경우다. 예컨대 불이 꺼져 간다 해도 되고 ‘~꺼져간다라고 붙여 써도 된다. 이외 자주 쓰이는 보조용언의 사례로는 가지다(책을 사가지고 왔다), 내다(이겨내다), 놓다(전세 끼고 집을 사놓았다), 대다(자꾸 먹어댄다), 드리다(보여드리다), 바치다(일러바치다), 버리다(찢어버리다), 보다(읽어보아라), 빠지다(낡아빠진 사회주의 사상), 오다(날이 밝아온다), 주다(그 애를 때려주었다), 치우다(밥을 먹어치우다) 등이 있다. 모두 ‘-/- 뒤에 연결되는 보조용언들이다. 이들은 단어끼리 어울린 말(‘본용언+보조용언 구성)인데, 어떤 것은 합성어라 붙여 쓰고 어떤 말은 그렇지 않아 띄어 써야 하는 등 구별 자체가 쉽지 않아 완충규정으로 도입된 것이다.

둘째 만하다의 경우처럼 용언의 관형형+듯하다/법하다/양하다/뻔하다/성싶다/척하다/체하다 꼴로 된 말도 띄어 쓰는 게 원칙이되, 붙여 쓰는 것도 허용했다. 따라서 비가 올 듯하다 ‘~올듯하다가 모두 가능하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보조용언은 본용언의 관형사형(‘-/’)으로 수식을 받는 구성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http://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