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태권도의 비경기화를 주장하는 류(類)와 태권도의 새로운 변화를 통한 스포츠적 성격을 추구하는 류(類)의 주장이 양분되었다.'

들꽃 호아저씨 2022. 7. 28. 05:25

 

 

[바른말 광] '락원'이라 쓰는 곳도 있지

 

'새롭게 선보인 코멕스 보온물병은 독일에서도 인정받은 기술의 2중 스텐 진공구조로 보온효력을 기준치보다 크게 높여 보온·보냉 온도유지 기능이 탁월하다.'

 

신문 기사인데, 우리말을 엉터리로 썼다. '스텐''스테인리스'로 써야 하는 것. 틀린 말은 또 있다. 바로 '보온·보냉'이다. 더 정확하게는 '보냉'을 잘못 썼다. '보랭'으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한글 맞춤법 제12항을 보면 왜 '보냉'이 아니라 '보랭'인지 알 수 있다.

 

'한자음 ', , , , , '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법칙에 따라 ', , , , , '로 적는다.'

 

이 때문에 단어 첫머리에선 '냉각(冷却), 냉수(冷水)'로 쓰지만, 첫머리가 아닐 적에는 본음대로 '공랭(空冷), 한랭(寒冷)'으로 쓰는 것. 그래서 '保冷' 역시 '보냉'이 아니라 '보랭'이 된다.

 

영국 시인 밀턴의 서사시도 '실락원, 복락원'으로 써야 할 듯하지만, 그건 또 아니다. '-, -''낙원' 앞에서 접두사처럼 쓰이기 때문에 '실낙원(失樂園), 복낙원(復樂園)'으로 쓴다. 이런 원칙은 두 단어가 결합한 합성어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지상낙원(地上樂園), 정토낙원(淨土樂園)).

 

'태권도의 비경기화를 주장하는 류()와 태권도의 새로운 변화를 통한 스포츠적 성격을 추구하는 류()의 주장이 양분되었다.'

 

19대 총선 부산 사하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가 논문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윗글은 2005년 어느 학술지에 실린 문 후보의 '초창기 태권도 경기의 양상'이라는 논문 가운데 한 구절인데, 한 모 씨의 2000년 석사학위 논문에도 똑같은 구절이 있다고 한다.

 

표절이야 학문적으로 가릴 일이지만, 그에 앞서 두 논문에 똑같이 나온 '주장하는 류(), 추구하는 류()'라는 잘못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북한에서라면 몰라도 두음법칙이 있는 우리말에는 이런 ''가 없다. '질이나 속성이 비슷한 것들의 부류'를 나타내는 우리말은 '유가 다르다, 유도 아니다, 그런 유의 인간'처럼 '()'라고 쓰기 때문. 그러니, '주장하는 유(), 추구하는 유()'로 써야 했다.

 

이런 착각은 '갑각류, 녹조류, 무기류'처럼 쓰이는 접미사 '-()'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접미사는 첫머리에 오지 않고 항상 어근이나 단어의 뒤에 붙으니 똑바로 알면 헷갈릴 일이 없다.

 

이진원 기자 jinwoni@

 

 

 

 

 

영국의 시인 밀턴이 지은 대서사시 '失樂園'이 있다. 이를 한글로 '실락원'이라 쓰는 이들이 많다. 그런 제목으로 책이 출간되고,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樂은 분명 '락'자가 맞다. 또 앞에 한자 '失'이 있으니, '실락원'으로 쓰는 것이 옳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失樂園'의 뜻이 뭔가? "낙원을 잃었다"는 것이다.

즉 失樂園은 '失+樂園'으로 이뤄진 말이다. 따라서 樂園(락원)의 우리말 적기인 '낙원'으로 쓰고, 그 앞에 '실'을 더해 '실낙원'으로 적어야 바른 표기가 된다. 만약 '실락원'으로 쓰게 된다면 그 의미는 "즐거움을 잃은 동산"쯤이 된다.

'실낙원'과 비슷한 구조의 낱말로 흔히 틀리는 것에는 '連陸橋'도 있다. '連陸橋'의 '陸'은 땅을 가리키는 '뭍 륙'자다. 하지만 육지(陸地)나 육교(陸橋)처럼 낱말의 첫소리로 올 때는 두음법칙에 따라 '육'으로 써야 한다. 따라서 '連+陸橋'의 구조라면 '연육교'가 바른말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라. '連陸橋'의 의미가 뭔가? "연결된 육교"인가? "땅과 연결된 다리"인가?

"연결된 육교"를 뜻하는 말이라면 '連+陸橋'의 구조로, '연육교'로 쓰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그런 의미가 아니라 섬과 육지를 연결해 주는, 즉 "땅과 연결된 다리"라는 뜻의 말이라면 '連陸+橋'의 구조이므로 '연륙교'라고 적어야 한다.

답은 뻔하다. '연육교'가 아니라 '연륙교'다.

 

 

 

한 해를 마무리하거나 시작할 때면 ‘해 년(年)’이 붙는 단어들을 자주 쓰게 되는데 이것들을 적을 때 혼란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다음 사례들을 보자.

ㄱ. 년간 수입이 500만 원 이상이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ㄴ. 이 주택마련저축은 년 6%의 금리가 적용됩니다.

ㄷ. 회계년도를 꼭 1월에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ㄹ. 본인의 생연월일을 입력하시면 운세가 출력됩니다.

 
‘녀, 뇨, 뉴, 니’로 시작되는 한자음은 단어 첫머리에 올 때는 ‘여, 요, 유, 이’로 적어야 한다. 두음법칙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년’이 첫머리에 위치한 ㄱ의 ‘년간’이나 ㄴ의 ‘년’은 ‘연간’과 ‘연’으로 적는 게 옳다. ㄷ의 ‘회계년도’는 ‘회계연도’로 적어야 한다. 이 단어는 ‘회계 연도’처럼 띄어 쓰는 게 원칙이지만 붙여 쓰는 것도 허용된다. 이때는 ‘연도’를 별도 단어로 취급하므로 ‘년’이 첫머리에 오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ㄹ의 ‘생연월일’은 ‘생년월일’이 옳다. ‘생년, 생월, 생일’을 합쳐서 줄인 말이기 때문이다.
 
 
 
 
 
 
 
겨울답지 않게 비교적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한랭전선이 통과하면서 며칠째 영하의 추위를 보이고 있다. 한랭전선(寒冷前線)이란 찬 공기가 더운 공기를 밀어내고 그 아래를 파고들 때 생기는 경계면을 일컫는다. ‘한랭전선’을 ‘한냉전선’이라 표기하면 어떻게 될까?

‘한냉전선’이라 적으면 틀린 말이 된다. 일부 모음 앞에서 단어 첫머리의 ‘ㄹ’은 두음법칙 적용으로 ‘ㄴ’으로 적지만 어두가 아닌 경우엔 본래 음대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즉 냉각(冷却)·냉난방(冷暖房)처럼 ‘차가울 랭(冷)’이 첫머리에 올 때는 ‘냉’이라 적는다. 하지만 한랭전선·고랭지(高冷地)·급랭(急冷) 등과 같이 어두가 아니면 본음대로 ‘랭’이라 표기해야 한다.

‘랭(冷)’자가 들어간 것뿐 아니라 두음법칙이 적용되는 대부분 단어가 마찬가지다. 여자(女子)·연도(年度)·노인(老人) 등은 두음법칙에 따라 ‘계집 녀(女)’ ‘해 년(年)’ ‘늙을 로(老)’를 어두에서 각각 ‘여’ ‘연’ ‘노’로 적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첫머리가 아닌 경우에는 부녀자(婦女子)·연년생(年年生)·촌로(村老) 등처럼 원래 발음으로 표기해야 한다.

출처 우리말 배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