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색→붉은색
띈→띤
소금끼→소금기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 띠다, 띄다
'붉은 색을 띈 이 식물은 소금끼가 있는 땅에서 자라는 염생식물입니다.' '미소를 띈 얼굴로 화답하기도 했다.' '올해 교통사고율이 지난해보다 눈에 띠게 높아졌다.' '영어의 관사의 용법은 우리말에 있어서 띠어쓰기가 골치 아픈 것과 같이 까다로운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위의 문장은 모두 뉴스와 책의 본문 내용 중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런데 네 문장 모두 '띄다'와 '띠다'가 틀리게 쓰였습니다. 특히 첫 번째 문장은 '소금기'를 '소금끼'로 잘못 쓰기까지 했습니다. '끼'는 연예에 대한 재능이나 소질을 속되게 말할 때 쓰는 말입니다. 아무리 인터넷 뉴스가 문장이나 단어 하나하나의 정확도보다 속보에 중점을 둔다고는 하지만 내용의 중요성을 압도(?)하는 오자, 탈자, 오류의 '힘'을 실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내용이 훌륭하면 아무리 긴 기사라도 오자나 오류를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이제 '띠다'와 '띄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띠다'에는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뜻이 있습니다.
ㄱ. 빛깔이나 색채 따위를 가지다.
ㄴ. 감정이나 기운 따위를 나타내다.
ㄷ. 어떤 성질을 가지다.
ㄹ. 띄우다의 잘못
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ㄱ. 대만에서 심장을 포함한 모든 장기와 피부 전체가 초록색을 띤 형광돼지가 만들어졌다.
ㄴ. 웃음을 띤 얼굴은 서로에게 행복을 준다.
ㄷ. 자석에 핀을 문지르면 자성을 띠게 된다.
ㄹ.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두 사람의 간극은 '기업 지배구조' 논란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띄다'의 뜻은 아래와 같습니다.
ㄱ. 뜨이다의 준말
ㄴ. 띄우다의 준말
ㄷ. 띠다의 잘못
예문을 살펴보겠습니다.
ㄱ. 황사 때문에 새벽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ㄴ. '띄어쓰기'는 한 단어이므로 띄어 쓰지 말아야 한다.
ㄷ. 띄어쓰기가 잘못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2006/04/25 머니투데이
[우리말 바로 알기] ‘띠다 vs 띄다’ 혼동된다면…
철수 : 어느새 가을이 깊어졌네. 집 앞 나뭇잎이 눈에 띠게 줄어들었어.
영희 : 산과 들이 모두 저마다 색을 띄며 미모경쟁을 벌이는 것 같아.
두 사람의 대화를 적었을 때 맞춤법에 어긋난 낱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나요?
철수와 영희 모두 ‘띠다’와 ‘띄다’를 잘못 썼습니다. 소리로는 비슷하게 들리지만 막상 적으려면 어떤 것이 맞는 표현인지 고민하게 하는 ‘띠다’와 ‘띄다’를 서로 바꿨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두 낱말은 어떻게 구분할까요? ‘띄다’는 ‘뜨이다’의 준말로, ‘보이다’의 뜻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눈에 띄게 자랐네” “귀가 번쩍 띄는 말” 등처럼 쓸 수 있죠. 또 ‘사이가 벌어지다’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내가 앉을 수 있게 사이를 띄워두렴”처럼 쓰입니다. 한글에서 가장 어렵다는 ‘띄어쓰기’도 이 같은 뜻을 품고 있습니다.
반면 ‘띠다’는 ‘빛이나 임무 등을 가지다’의 뜻이 있습니다. “사명을 띠다. 활기를 띤 주식시장”처럼 쓰입니다. 또 “웃음을 띤 채”처럼 ‘감정이나 표정이 드러나다’의 뜻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띠다’에는 ‘두르다’의 뜻도 있어 “허리에 띠를 띠다”처럼 쓰이기도 합니다.
‘띠다’와 ‘띄다’를 올바르게 적으려면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우선 ‘띄다’가 맞는 표기인가 알아보려면 ‘띄다’의 본딧말인 ‘뜨이다’로 바꿔보면 됩니다. ‘눈에 띄는 미모, 귀가 번쩍 띄는 말’을 ‘뜨이다’로 바꿔 ‘눈에 뜨이는 미모, 귀가 번쩍 뜨이는 말’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지만 ‘사명을 띠다, 웃음을 띤 채’를 ‘사명을 뜨이다, 웃음을 뜨인 채’로 바꾸니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지시죠?
또 다른 하나는 혼동되는 낱말 앞에 목적격 조사인 ‘을/를’을 넣어 자연스러우면 ‘띠다’를 써야 합니다. ’색을 띠다, 웃음(을) 띠며, 임무를 띤 채’처럼 앞 낱말에 조사 ‘을/를’이 들어갔을 때는 ‘띠다’를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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