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집안의 사내들은 그저 자기 그릇에 맞춰 살면서 가문의 성품을 이어갔다. 그들은 대개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하거나 아이제나흐 궁정의 악사로 일하면서 소박한 음악가로 살았다. 바흐의 아버지인 요한 암브로지우스 바흐Johann Ambrosius Bach(1645~1695)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아이제나흐의 궁정악사 겸 시청 소속의 악사였다. 가문의 고지식한 성품은 그의 아들이었던 요한 제바스티안, 우리가 기억하는 바로 그 '위대한 바흐'에게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런 내력을 이어받은 바흐는 새로운 형식이나 장르를 창안할 만치 모험심이 강한 예술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안주하지는 않았다. 앞선 세대의 작법과 기풍을 계승했던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을 단순히 동어반복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것이 바로 비슷비슷한 음악을 숱하게 양산했던 여타의 바로크 음악가들과 바흐가 보여주는 확연한 차이다. 이탈리아의 바로크 음악가들이 보여줬던 화려한 선율과 약동감, 그리고 독일적 명료함과 구조적 완결성이 마침내 바흐에 이르러 하나의 물줄기로 종합된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는 음악사적 합의다.
(...) 바흐의 음악에서 논리적 비약이나 엉성하고 부자연스러운 연결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모든 음악이 풍부한 화성으로 뒷받침되면서 유려하게 흘러간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매우 독일적이다. 당대의 대세였던 이탈리아풍, 아울러 바흐에게 내재했던 독일적 기풍은 마침내 하나로 통일되면서 보다 정갈하면서도 구조적인 음악을 낳는다. 물론 개별성과 우연성의 옹호자들에는 '답답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쟁점들이야 20세기 음악을 텍스트로 삼았을 때나 비로소 가능한 논쟁일 테니, 18세기 전반기의 음악가였던 바흐의 위대함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26~27쪽)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문학수, 돌베개, 2013)
루돌프 부흐빈더Rudolf Buchbinder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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