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문법적으로 따지면 '배춧값'으로 써야 할 것 같은데 그건 왠지 낯설어 보이고, '배추값'으로 쓰자니 또 찜찜하고….

들꽃 호아저씨 2023. 4. 7. 05:44

 

 

[바른말 광] '우유갑'이고, '우윳값'이란다

 

원고에서 '짜장면, 손주, 나래, 내음, 뜨락' 따위를 만나면 교열기자들은 괴롭다. '자장면, 손자, 날개, 냄새, '로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면 독자는 물론, 신문 만드는 데 손발 맞춰야 할 취재·편집기자들까지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반발할 때가 있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교열기자의 '직업윤리'이자 숙명인 것을.

 

'자장면, 손자, 날개, 냄새, 뜰'

'짜장면, 손주, 나래, 내음, 뜨락'

이제는 복수 표준어

 

한데, 교열기자들을 그만큼 괴롭히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사이시옷이다. 사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우유+()''우유갑'인데, '담배+()''담뱃갑'이 되는 이런 일을 정상이라 생각하겠는가.

 

하지만 이런 불만과 혼란과 괴로움은 다 푸념일 뿐이다. 어디까지나 국립국어원은 ''이요, 지금 당장 국어시험 문제라도 눈앞에 놓이면 '우윳갑' 대신 '우유갑'을 골라야 하는 게 바로 우리들, ''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국립국어원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항상 살펴야 하는 게 또한 우리 ''들의 운명이다. 오늘은 ''이 아니라 '' 앞에 들어가는 사이시옷만 보자.

 

지난해에 배추 가격이 날뛰자 대한민국 언론들, 많이 헷갈렸다. 문법적으로 따지면 '배춧값'으로 써야 할 것 같은데 그건 왠지 낯설어 보이고, '배추값'으로 쓰자니 또 찜찜하고. 그러다 보니 '배추 가격'으로 피해가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의 설명은 간명하다.

 

''배춧값'이 사전에 표제어로 올라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일부 명사 뒤에 붙어)'가격', '대금', '비용'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붙여 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추값'으로 붙여 쓸 수 있고, 이때 ''의 발음이 []으로 된소리로 나므로 사이시옷을 받쳐 적을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하므로, '배춧값'으로 적습니다.'(온라인 가나다, 2010. 12. 24.)

 

실제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을 찾아보면, 인쇄본(1999)에는 없던 풀이가 증보판인 웹사전(2008)에는 이렇게 추가돼 있다.

 

'(일부 명사 뒤에 붙어)가격 대금 비용의 뜻을 나타내는 말. 기름값 물값 물건값 부식값 신문값 우윳값 음식값.'

 

게다가, 웹사전에는 이런 풀이도 추가됐다.

 

'(일부 명사 뒤에 붙여)수치의 뜻을 나타내는 말. 변숫값 분석값 위상값 저항값.'

 

그러니, 이제 웬만하면 ''이 붙는 합성어에는 사이시옷을 받쳐 적어야 하는 세상이 됐다는 말이다.

 

이진원 기자jinwo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