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아메리칸 에어라인도 아시아나 노사분쟁과 비슷한 상황을 지난 2003년 초 힘겹게 치뤘다

들꽃 호아저씨 2023. 4. 27. 14:15

 

 

※ ‘물건값을 치뤘다.’는 ‘치렀다’로 써야 옳다. 기본형이 ‘치르다’이므로 ‘치르-+-었-→치뤘-’이 되지 않는다.

 

그는 "다 친구에게 당했다. 전세금으로 투자를 해 잔금을 못 치르고 있자 기다려주겠다고도 했다""마지막은 10년 만기 적금으로 잔금을 치뤘다(치렀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잔금을 치룰(치를) 시점에 사기인 것을 알았다고.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치르다, 치루다

 

"아메리칸 에어라인도 아시아나 노사분쟁과 비슷한 상황을 지난 2003년 초 힘겹게 치뤘다."

열 사람에게 물었을 때 여덟 사람 정도가 잘못 알고 있는 말이 '치루다' '치르다'입니다. 대부분이 '치루다'를 기본형으로 알고 있지요.

사실 1989년 이전까지만 해도 '치루다'가 기본형이었습니다. 1933 1029, 현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학회' 공포로 탄생한 '한글맞춤법 통일안'이 시행되다 언어의 변화 과정에 맞춰 몇 번의 개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2005 8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맞춤법은 1988 119일 문교부가 새로 개정 고시하여 1989 3 1일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때 '치루다' '치르다'로 개정됐습니다. 사투리기 때문에 이렇게 써서는 안된다 해서 고쳐진 것은 아닌데요, 표준어로 쓰이던 '치루다' '치르다'가 됐느냐는 학문적 고찰은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당시 학교를 다니신 분들이라면 아마 무지 혼란스러웠을 겁니다. 어제까지 맞다고 쓰던 말들이 하루아침에 잘못된, 써선 안될 말들이 돼 버렸으니까요.

'~하였읍니다하였습니다'
'설겆이설거지'
'뒤치닥거리뒤치다꺼리'
'몇일며칠'

등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죠.

"값이나 돈을 거래의 대가로 내다", "부담이 되거나 고통스러운 일을 겪다", "손님들을 맞아 대접하다" 등의 의미로 쓰이는 말은 '치르다' 입니다.

기본형이 무엇이다라고만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말이 길어졌네요. 내친 김에 활용형까지 알려드릴까요?

치르다치르고치르니치러가 맞습니다.

 

2005/08/22머니투데이

 

 

 

[말글살이] 치르다·치루다 / 우재욱

 

용언의 활용형을 틀리게 쓰는 일이 더러 눈에 띈다. 이런 일은 많은 경우 기본형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추스르다의 활용형을 추스렸다·추스려서·추스려라 등으로 쓰는 예는 흔히 볼 수 있는 잘못이다. 이런 잘못은 기본형을 추스리다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기본형이 추스르다라고 정확히 알고 있으면 추슬렀다·추슬러서·추슬러라로 틀리지 않게 쓸 수 있을 것이다.

 

기본형이 헷갈려 활용형을 흔히 틀리게 쓰는 낱말로 추스르다·치르다·담그다·잠그다·들르다 등을 들 수 있다. “칠순 잔치를 치룬 가요계 대모 현미는 신문 기사의 한 구절이다. ‘치른으로 써야 할 것을 치룬으로 잘못 쓰고 있다. 과거형으로 하면 치렀다인데 이것도 치뤘다로 쓴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치르다의 기본형을 치루다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잘못이 일어난다.

 

담그다·잠그다·들르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장 담갔다’, ‘문 잠가라’, ‘큰집에 들러라로 써야 할 것을 흔히 담궜다’, ‘잠궈라’, ‘들려라로 잘못 쓰는 예가 허다하다. 이 또한 기본형을 담구다·잠구다·들리다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잘못이다.

 

다만 치르다의 과거형이 치렀다이니 추스르다의 과거형도 추스렀다로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추슬렀다인 것은 용언의 불규칙 활용에 관한 문제로, 다른 기회에 살펴보고자 한다.

 

우재욱/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