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修羅) / 백석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정본 백석 시집』(백석, 문학동네, 창비, 2020)
- * 수라(修羅) : 싸움을 일삼는 귀신
- * 어니젠가 : ‘언젠가’의 평안 방언. 여기서는 ‘어느 사이엔가’의 뜻이다. 이런 용법은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도 나타난다.
- * 싹다 : 삭다. 긴장이나 화가 풀려 마음이 가라앉다.
- * 가제 ‘갓’ ‘방금’의 평안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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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바이올린협주곡Konzert für Violine und Orchester in D-Dur, Op. 61
I. Allegro ma non troppo
II. Larghetto
III. Rondo - Allegro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imitri Chostakovitch(1906-1975)
교향곡15번Symphonie Nr. 15 A-Dur, op. 141
I. Allegretto
II. Adagio–Largo
III. Allegretto
IV. Adagio–Allegretto
스베틀라노프심포니오케스트라Svetlanov Symphony Orchestra
길 샤함Gil Shaham 바이올린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Vladimir Jurowski
January 21, 2022. Tchaikovsky Hall, Moscow, Russia
https://meloman.ru/concert/kzch-2022-01-21/
Госоркестр России имени Е. Ф. Светланова, Владимир Юровский, Гил Шаха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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