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 길 샤함,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 수라(修羅) : 백석

들꽃 호아저씨 2024. 1. 26. 10:22

 

 

 

수라(修羅) / 백석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정본 백석 시집』(백석, 문학동네, 창비, 2020)

 

  •  
  • * 수라(修羅) : 싸움을 일삼는 귀신 
  • * 어니젠가 : ‘언젠가’의 평안 방언. 여기서는 ‘어느 사이엔가’의 뜻이다. 이런 용법은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도 나타난다.
  • * 싹다 : 삭다. 긴장이나 화가 풀려 마음이 가라앉다.
  • * 가제 ‘갓’ ‘방금’의 평안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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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바이올린협주곡Konzert für Violine und Orchester in D-Dur, Op. 61

I. Allegro ma non troppo

II. Larghetto

III. Rondo - Allegro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imitri Chostakovitch(1906-1975)

교향곡15Symphonie Nr. 15 A-Dur, op. 141

I. Allegretto

II. AdagioLargo

III. Allegre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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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틀라노프심포니오케스트라Svetlanov Symphony Orchestra

길 샤함Gil Shaham 바이올린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Vladimir Jurowski

January 21, 2022. Tchaikovsky Hall, Moscow, Russia

https://meloman.ru/concert/kzch-2022-01-21/

 

Госоркестр России имени Е. Ф. Светланова, Владимир Юровский, Гил Шаха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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