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프랑크 전주곡, 푸가와 변주곡, 라벨 소나티네, 탈베르크 벨리니 ‘라 손남불라’(몽유병의 여인) 그랜드 카프리스, 슈만 환상소곡집, 리스트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에서 왈.. -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들꽃 호아저씨 2024. 7. 11. 21:35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김현태, 레몬북스, 2015)

 

 

 



 

세자르 프랑크César Franck (1822-1890) 전주곡, 푸가와 변주곡Prélude, Fugue et Variation Op. 18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 소나티네Sonatine

지기스문트 탈베르크Sigismund Thalberg (1812-1871) 벨리니 ‘라 손남불라’(몽유병의 여인) 그랜드 카프리스Grand caprice on Bellini's La Sonnambula Op. 46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 환상소곡집Fantasiestücke Op. 12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에서 왈츠를 피아노로 편곡Paraphrase on a Waltz from Gounod's Faust S407

조아키노 로시니Gioachino Rossini (1792 – 1868) Petit caprice (오펜바흐 스타일로Style Offenbach)

 

마리암 바차슈빌리Mariam Batsashvili 피아노

at Wigmore Hall in London

https://www.youtube.com/watch?v=QkKnwvPpvf8

 

마리암 바차슈빌리Mariam Batsashvili 피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