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쯤에서 봄이 자글자글 끓는다 / 김선우 세상에 소음 보태지 않은 울음소리 웃음소리 그 흔한 날갯짓 소리조차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뿔도 침도 한 칸 집도 모래 무덤조차도 배추흰나비 초록 애벌레 배춧잎 먹고 배추흰나비 되었다가 자기를 먹인 몸의 내음 기억하고 돌아온 모양이다 나뭇잎 쪽배처럼 허공을 저어 돌아온 배추흰나비 늙어 고부라진 노랑 배추꽃 찾아와 한 식경 넘도록 배추 밭 고랑 벗어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지니지 않고 살아도 무거운 벼랑이 몸속 어딘가 있는 모양이다 배추흰나비 닻을 내린 늙은 배추 고부라진 꽃대궁이 자글자글 끓는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김선우, 문학과지성사, 2007, 146쪽) 로그인만 하면 그냥 볼 수 있습니다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