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편지

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 : 마르크 코페이 - 하루마음, 제 인생에 봄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겁니다.

들꽃 호아저씨 2021. 7. 15. 02:56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하루마음

 

2018 10 20일 한낮, 사이렌 소리로 구급차 달려가고

구급대원들은 은수를 살리려고 심폐소생술을 하였으나 이미

비에 젖은 낙엽들만 차도에 한 번 더 흩날렸을 뿐입니다.

 

2021 04 01, 은수 엄마가 떠나고

한 줌 재가 되어 은수 곁에 모시기까지 모든 것이 꿈입니다.

 

은수가 떠난 이후 제게 봄은 오래 오지 않았습니다.

은수의 체온, 그 아이의 냄새까지 모두 기억한 채

저는 긴 긴 어둠 속에서 깊이 잠들었습니다.

 

은수 엄마가 떠난 지금, 저는 암흑 속에 갇혔습니다.

은수와 은수 엄마를 지키지 못한 저의 죄를 어찌 스스로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은수와 은수 엄마를 기억해주세요.

은수와 은수 엄마한테 가는 길이 활짝 열리는 날까지,

여기 이 자리에서, 저는 태산처럼 꿈적도 하지 않겠습니다.

간곡히 호소합니다.

은수와 은수 엄마를 죽인 모든 이에게, 이 험한 세상 힘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십시오.

 

하루마음, 고맙습니다

저는 더 이상 세상으로 나아가지 않겠습니다.

남은 제 인생에 봄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무너져, 제가 오늘 여기 무너지더라도

비참한 제 운명에 무릎 꿇지 않겠습니다.

 

 

2021 7 15일 새벽 2 50

 

 

 

이런 엄마 또 없습니다. 이런 동반자 저는 더 알지 못합니다. 은수 혼자 둘 수 없어 2021년 4월 1일 은수 엄마 신선희는 은수 곁으로 아주 갔습니다.

 

 

유은수(1999년 3월 3일~2018년 10월 20일) 성미산학교와 성미산 농장학교에 깊이 뿌리 내린 만성화된 조직적이고 집단적이며 노골적인 집단따돌림. 칠학년 성미산 농장학교 때 그 집중포화를 온몸으로 맞으며 아무런 도움 없이 팔 년간 사투를 벌이던 유은수는 2018년 10월 20일 끝내, 집에서 목맨 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은수 스물두번째, 아니 두번째 생일에

은수야,

인간의 육신은 사라져도 정신은 영원히 남을 수 있다고 스피노자는 말했지.

너로 인해 그 말이 진리임을 사무치게 느낀단다.

너는 이곳에 없지만 있다.

너는 엄마 아빠를 위시해서 너를 아끼고 염려하는 사람들과 여기 이렇게 살고 있다.

그래, 그렇게 여기 남은 우리는 또다른 생을 시작했어.

오늘은 너를 보내고 맞는

'또다른-생'의 두번째 생일이다.

아빠는 생일을 두 밤 앞두고

이 지상의 "삶에 지친 그대에게" 고단함을 위로하는 음악을 선물했다.

지금, 나는 그 음악을 들으면서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26분 동안 흐르는 음악은 슬프고 기쁘다. 기쁨으로 피아노의 선율이 힘차게 솟아오르면 어느새 더블베이스가 낮고 묵직한 소리를 내면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힌다.

피아노와 더블베이스는 그렇게 서로 공명하면서 삶을 연주한다.

낮고 깊고, 기쁘고 슬프고, 밀고 당기고, 밝고 어둡고,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위대한 예술은 저기세상과 여기세상을 이어준다.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은 예술을 통해 무한으로 가는 통로를 발견한다. 예술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우리를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안내한다. 그 무한한 인과 연쇄의 전체 속에서 우리는 위안과 힘과 용기를 얻는다. 영원성과 구원을 획득한다.

그러므로, 은수야!

우리 서로에게 너무 미안해하지 말자꾸나.

우리는 영원성 속에서 언제나 항상 이어져 있으니까.

다음번에는 네 얘기도 들려주렴.

내가 잠들어 있거나 깨어 있거나 상관없어.

언제든 오렴.

뛰어와도 좋고 사뿐사뿐 와도 좋아.

오고 싶을 때, 오고 싶은 방식으로 와서 이야기해주렴.

내가 전령사가 되어 네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줄께.

아빠가 네 생일날 선물한

지상의 이 아름다운 음악이

너에게도 틀림없이 가닿을 거라 믿으면서...

너의 두번째 생일을 온맘으로 축하해.

추신 : 큰아빠 생선도 슈베르트의 이 음악으로 할께. 묻어가는 거 같아서 미안한데, 너무 압도적이어서 다른 선물은 명함 내밀기가 힘드네..ㅎ

2020년 3월 1일 4시 22분

큰아빠가

 

 

https://www.youtube.com/watch?v=0gbh3cwlqw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