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민주열사

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 : 마르크 코페이 - ‘전두환 물러가라’ : 김태훈 열사(1959-1981)

들꽃 호아저씨 2021. 10. 2. 11:38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 김태훈 열사 : 1981년 5월 27일 서울대학교 도서관에서 “전두환 물러가라, 전두환 물러가라, 전두환 물러가라.”고 외친 후 산화

 

 

 

 

참척을 겪은 김태훈 열사 어머니 이신방(1919-1999) 여사 글

- 참척(慘慽) :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

 

태훈에게

 

  이런 편지를 쓰는 것이 이 세상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너와 나의 이 세상에서의 모자(母子)의 인연에 연연하여 육신의 어느 기관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끼며 억제하여도 억제하여도 어느 틈에 쳐드는 슬픔이 나를 허물어뜨린다.

  세상 사람들은 아깝다고 한다. 나도 역시 아깝다. 너의 용모, 학식, 그 위치 앞으로는 좋은 일만 너를 기다리고 있을 장래, 행복한 생활, 보장받을 지위, 부모로서 자식에게서 받을 호강, 그 순간 한번 더 생각해보고 다른 방도로 이 조국에, 사회에 희생하고 봉사할 길을 생각했더라면 부모형제 친지에 뼈에 맺히는 아픔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정해졌다. 너와의 이 세상 연은 끝났다. 너는 이 세상에 있는 22년 동안 정말 고마운 자식이었다. 처음부터 너는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지. 딸만 연거푸 셋이 생겨난 다음에 태어난 너는 정말 이쁘고 잘생긴 아이였다.

  학교 다니면서부터는 항상 우등생에 연속 기쁨만 주던 너, 궂은 일 힘든 일 군말 없이 도와주던 너, 이것저것 끝없는 일들이 하나도 미운 기억은 없는 너, 너는 천주님께서 나에게 주신 보배였나 보다. 나는 그 보배를 잠깐 잃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 그 보배는 더욱 빛난다. 과분한 은총에 진실로 감사드린다. 눈을 높이 들어 자랑스런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 부모가 먼저 가도 이 세상 이별의 슬픔은 있을 것이고 그 슬픔을 내가 대신했었다고 자위한다.

  영원한 나라를 위해 준비하는 이 세상에서 착하고 바르게만 살아온 너. 내가 항상 광주에서 오면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기다리듯이 미소로 맞으며 천당 문 앞에서 나를 기다려다오.

  남은 여생을 열심히 살아서 꼭 그곳으로 나도 가려고 노력하겠다. 거룩하고 공번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기 때문에 슬프지만은 않다.

  네가 그토록 아끼던 동생과 누나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네가 안심하고 떠날 수 있었던 부모의 장래를 맡길 수 있었던 훌륭한 형제간들을 바라보며 착하게 살다가 천주님 대전에서 환한 얼굴로 만나자. 

 

-81년 6월5일 엄마 씀 

 

-<김태훈 열사 추모집-영화 애수를 사랑한 젊은이 관악의 별이 되다>(21세기북스, 2021)에서

 

 

 

▲ 지하인물상 : 어머니의 크고 영원한 사랑을 구원하는 형상으로 표현 - 5.18기념공원 지하추모승화공간 내 ⓒ 5.18기념공원 / 김태훈 열사(1959-1981) 추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