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민주열사

바흐 무반주첼로모음곡 : 마르크 코페이 - ‘희망이 있는 싸움은 행복하여라’ : 김영균 열사(1971-1991)

들꽃 호아저씨 2021. 10. 5. 10:46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첼로모음곡(Suites No.1-6 BWV 1007-1012) 제작시기1717~1723년 쾨텐

 

​Suites violoncelle JS Bach / 마르크 코페이Marc Coppey 첼로

첼로Violoncello, 1711년 베니스산 마테오 고프릴러Matteo Goffriller, Venise 1711

Les six suites pour violoncelle de JS Bach, interprétées par 

https://www.youtube.com/watch?v=4l5Ef8hMXEg

 

 

“희망이 있는 싸움은 행복하여라

 

- 김영균 열사(1971-1991)와 당시 벗들이 즐겨 외운 구호.

 

▲ 김영균 열사(1971-1991) : 1991년 5월 1일 '고 강경대 열사 추모 및 공안통치 분쇄를 위한 범안동대인 결의대회' 집회에 앞선 12시 30분경 분신, 5월 2일 저녁 8시 13분 경북대 병원에서 운명했다. 

 

 

 

살아 스무 살 청년아, 죽어 스무 살 청년아

- 김영균 열사 20주기 추모제에 부쳐

 

너는 살아 스무 살 청년으로 갔었지

펄펄 끓는 불기둥 우뚝 살아서 갔었지

세상 어느 물로도 끌 수 없는 불길로

떨쳐 일어나 갔었지

민주의 제단에 바친 수많은 목숨들 뜻이

물거품으로 살아질 때

분연히 일어난 들불의 전진에 불을 댕기며 너는

뚜벅뚜벅 걸어갔었지

 

너에게 불을 놓은 배후는 오직 하나

기나긴 독재의 끝에서 만난 참혹한 어둠

백주대로가 더 캄캄한 기만의 시대였지

너의 외침은 오직 하나

햇살이 더 어두우니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라고

캄캄한 백주대로를 밝혀준 불타는 종이었지

피 끓는 절규로 타종한

이글거리는 종소리였지

 

살아 스무 살 청년아

죽어 스무 살인 청년아

지금 너는 어디선가

못 다한 공부도 하고 연애도 하며

참하게 살아가고 있겠지 믿는다만

행여 이땅일랑 돌아보지 말아라

이 게 뭐냐고, 도대체 무엇들 하느냐고

행여 두 번 다시 불을 놓을 생각일랑 말아라

잘못 됐다 잘못 했다 잘못이다

그래, 이 땅은 지금 청년들이 불꽃도 없이 투신하고 있다

그래, 이 땅은 지금 산과 강들이 생매장 당하고 있다

이 땅의 아픈 사람들은 여전히 아프다

갈라선 이 땅은 여전히 하나가 아니다

그래서, 여전히, 너의 꿈은, 서럽게도, 유효하다

 

살아 스무 살 청년아

죽어 스무 살 청년아

그립지만 떼쓰지는 않을란다

혹 네가 이 땅을 돌아보게 될까봐

사랑하지만 매달리지는 않을란다

혹 네가 다시 불을 놓을까봐

예전처럼 삼삼포장으로 소매 끌고 가고 싶지만

울고불고 하지는 않을란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강산도 두 번 바뀔 이십년이면

오늘 같은 날

신명나게 노래라도 거방지게 불러 제치고

한 판 춤이라도 추어야 직성이 풀리겠지만

아직도 너를 추모하는 자리는 슬픔이다

여전히 너를 추모하는 자리는 노여움이다

 

그래도 가야겠지

지랄 같은 희망

세상에서 가장 진부한 희망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희망

그 모든 것이 아작이 나도 여전히 존재하는 희망

너의 유효한 꿈을 들고 우리는 가야겠지

보이는 것은 희망이 아니야

보이는 것은 희망이 아니야

밤낮없이 캄캄한 이 시대에 너의 불꽃을 찾아가야겠지

너의 불꽃 종소리에 귀 기울이며 가야겠지

 

살아 스무 살 불꽃이 된 청년아

죽어 스무 살, 그냥 스무 살이면 좋을

아까운 청년아

 

2011. 5. 1. 너를 기억하는 모두의 마음을 모아 안상학 고함

 

-열사시집그대는 분노로 오시라(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엮음, 도서출판b, 2017)

 

 

▲ 김영균 열사(1971-1991) : "희망이 있는 싸움은 행복하여라"

 

 

아! 태일이형.

11월13일이 해마다 오겠지요.

해마다 형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리겠지만 

민중이 깨어나 투쟁하지 않는 한 

형의 목숨하고 바꾼 그 목소리는 

흐르는 강물에 뼛가루를 날리듯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것입니다. 

 

- 김영균 열사(1971-1991)의 생전 글 중에서

 

 

▲ 1991년 5월 1일 경북 안동대 학생회관앞 민주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고 강경대열사 추모 및 공안통치 분쇄를 위한 범안대인 결의대회’를 앞두고 민속학과 90학번 김영균 열사가 분신하자, 주변 학생들이 급히 불을 끄고 있다. 이 사진은 집회 취재를 위해 현장에 있던 안동대신문사 기자가 촬영했다. ⓒ 사진제공 권우성 (왼쪽) / 김영균 열사 영결식-1991년5월15일(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