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파야 '삼각모자',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드뷔시 '영상', 라벨 '볼레로' :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클라우스 마켈라 - 오늘 하루만이라도 : 황동규

들꽃 호아저씨 2022. 4. 24. 15:23

 

마누엘 데 파야Manuel de Falla(1876-1946)

'삼각모자' 모음곡 2번Le Tricorne (Suite no 2)

 이웃집 사람들의 춤Danza de los vecinos-Seguidillas
 밀러의 춤Danza del molinera
 마지막 춤Danza final-Jota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iotr Ilitch Tchaïkovki(1840-1893)

피아노협주곡 1Concerto pour piano no1 en mi bémol majeur, K. 482

1. Allegro non troppo et molto maestoso  Allegro con spirito

2. Andantino semplice

3. Allegro con fuoco

 

Encore 세레나데F Liszt Ständchen Piano Transcriptions After Schubert Khatia Buniatishvili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1862-1918)

'영상'Images pour orchestre

지그Gigues

이베리아Iberia

1. ‘도시의 길과 시골길’Par les rues et par les chemins

2. ‘밤의 향기’Les Parfums de la nuit

3. ‘축제의 아침’Le Matin d’un jour de fête

봄의 론도Rondes de printemps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1875-1937)

'볼레로'Boléro

 

파리오케스트라Orchestre de Paris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Khatia Buniatishvili 피아노

클라우스 마켈라Klaus Mäkelä

Mercredi 23 et jeudi 24 mars 2022  20h30

https://philharmoniedeparis.fr/fr/live/1138171

 

Orchestre de Paris / Klaus Mäkelä

Autour du Concerto pour piano n° 1 de Tchaïkovski, aussi virtuose que populaire, Klaus Mäkelä nous offre ce soir un florilège orchestral haut en couleur, alliant la passion russe au raffinement français et à la fièvre espagnole.

philharmoniedeparis.fr

 

 

 

오늘 하루만이라도 / 황동규

은행잎들이 날고 있다.

현관 앞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또 하나의 가을이 가고 있군.

수리 중인 엘리베이터 옆 층계에 발 올려 놓기 전

미리 진해지려는 호흡을 진정시킨다.

해 거르지 않고 한 번쯤 엘리베이터 수리하는 곳.

몇 번 세고도 또 잊어버리는

한 층 계단 수보다 두 배쯤 되는 수의 가을을

이 건물에서 보냈다.

그가을 수의 세 배쯤 되는 가을을

매해 조금씩 더 무거운 중력 추 달며 살고 있구나.

2층으로 오르는 층계참 창으로

샛노란 은행잎 하나 날아 들어온다.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은행잎! 할 때 누가 검푸른 잎을 떠올리겠는가?

내가 아는 나무들 가운데 떡갈나무 빼고

나뭇잎은 대개 떨어지기 직전 결사적으로 아름답다.

내 위층에 사는 남자가 인사를 하며 층계를 오른다.

나보다 발 더 무겁게 끌면서도

만날 때마다 얼굴에 미소 잃지 않는 그,

한 발짝 한 발짝씩 층계를 오른다.

그래, 그나 나나 다 떨어지기 직전의 나뭇잎들!

그의 발걸음이 몇 층 위로 오르길 기다려

오늘 하루만이라도

내 집 8층까지 오르는 층계 일곱을

라벨의 「볼레로」가 악기 바꿔가며 반복을 춤추게 하듯

한 층은 활기차게 한 층은 살금살금, 한 층은 숨죽이고 한 층은 흥얼흥얼

발걸음 바꿔가며 올라가보자.

-『오늘 하루만이라도』(황동규, 문학과지성사, 2020)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Khatia Buniatishvili 피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