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펙스에서는 요즘 전문 워킹화를 내놓고 주요 신문에 연일 전면 광고를 싣고 있다. 이 누리사랑방의 ‘걸어 볼까’ 코너를 봐도 알겠지만 기자도 걷기를 좋아한다. 자연스레 이 광고가 실린 첫날부터 눈길을 주게 됐다. 첫날 이 광고를 본 순간 ‘옳거니, 좋은 사례가 실렸구나’ 했다.
그런데 5월 14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광고에서와는 달리 이튿날인 15일자 다른 신문들에 실린 광고에서는 문제의 낱말을 고쳤다. 14일자에선 ‘워킹에 적합한 뒷꿈치의 30도 접지각’이라고 표현했는데 15일자에선 ‘워킹에 적합한 뒤꿈치의 30도 접지각’이라고 고쳤다.
‘뒷꿈치’는 프로스펙스가 고친 것처럼 ‘뒤꿈치’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건 사이시옷과 관련한 것이다. 사이시옷은 언제 받쳐 적느냐는 것은 쉽게 알기 어렵다. 사이시옷은 소리와 관련한 것이어서 각 낱말의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영원히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발음에 관한 한 자신이 없어 사이시옷을 받쳐 적을지 말지를 수시로 사전에서 확인하는 형편이다.
우선 사이시옷을 언제 받쳐 적는지를 알아본다.
합성어에서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ㄴ, ㅁ’, 또는 모음 앞에서 ‘ㄴ’소리가 덧나는 때 사이시옷을 받치게 된다. 당연하고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때의 앞말은 모음으로 끝나야 한다.
‘바다+가’는 [바다까/바닫까]로 소리 난다. 뒷말이 된소리로 나는 예이다. 이럴 땐 사이시옷을 받쳐 ‘바닷가’라고 적어야 한다. 고랫재, 귓밥, 나룻배, 나뭇가지, 냇가, 대가지, 뒷갈망, 맷돌, 머릿기름, 모깃불, 못자리, 바닷가, 뱃길, 볏가리, 부싯돌, 선짓국, 쇳조각, 아랫집, 우렁잇속, 잇자국, 잿더미, 조갯살, 찻집, 쳇바퀴, 킷값, 핏대, 햇볕, 혓바늘(이상 고유어+고유어), 귓병, 머릿방, 뱃병, 봇둑, 사잣밥, 샛강, 아랫방, 자릿세, 전셋집, 찻잔, 찻종, 촛국, 콧병, 탯줄, 텃세, 핏기, 햇수, 횟가루, 횟배(이상 고유어+한자어/한자어+고유어)같은 것들이 이런 예에 속한다.
‘메+나물’은 ‘ㄴ’ 소리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고, ‘아래+마을’은 ‘ㅁ’ 소리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는 예이다. [멘나물], [아랜마을]로 소리 난다는 얘기다. 이때도 사이시옷을 받쳐 각각 ‘멧나물, 아랫마을’로 적는다. 멧나물, 아랫니, 텃마당, 아랫마을, 뒷머리, 잇몸, 깻묵, 냇물, 빗물(이상 고유어+고유어), 곗날, 제삿날, 훗날, 툇마루, 양칫물(이상 고유어+한자어/한자어+고유어)이 같은 유의 예이다.
‘나무+잎’은 [나문닙]으로 모음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난다. 이때도 사이시옷을 받친다. 그런 예로는 도리깻열, 뒷윷, 두렛일, 뒷일, 뒷입맛, 베갯잇, 욧잇, 깻잎, 나뭇잎, 댓잎(이상 고유어+고유어), 가욋일, 사삿일, 예삿일, 훗일(이상 고유어+한자어/한자어+고유어)같은 것들이 있다.
그러나 위에 보인 세 가지 가운데 하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한자어, 즉 한자로만 이루어진 낱말에는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내과(內科), 외과(外科)처럼 [내꽈/낻꽈], [외꽈/왿꽈]로 소리 나더라도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는다. 다만, 한자어라고 하더라도 ‘庫間, 貰房, 數字, 車間, 退間, 回數’의 여섯 낱말은 예외로 사이시옷을 받쳐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라고 적는다.
또 외래어와 고유어가 합쳐진 낱말도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는다. ‘핑크+빛’은 [핑크삗]으로 소리 나지만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고 ‘핑크빛’으로 적는다.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나 거센소리일 때도 사이시옷을 받치지 않는다. 문제가 된 ‘뒤꿈치’도 뒷말 ‘꿈치’가 된소리인 ‘ㄲ’으로 시작하므로 사이시옷을 받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이 ‘뒤’와 다른 말이 합쳐질 때 많은 사람이 뒷말이 된소리나 거센소리이더라도 습관적으로 사이시옷을 넣곤 하는데 주의해야 할 일이다. ‘뒷꿈치’뿐만 아니라 ‘뒷뜰, 뒷쪽, 뒷차, 뒷처리, 뒷축, 뒷칸, 뒷탈, 뒷편’ 같은 말이 그에 해당하는데 모두 사이시옷을 빼고 적어야만 한다.
아무튼 프로스펙스는 첫날 광고에서 ‘뒤꿈치’를 ‘뒷꿈치’로 적는 실수를 했으나 하루 만에 잘못을 깨닫고 바로 고쳐 실었다. 맞춤법에 어긋나는 말을 몇 날, 며칠이고 계속 실어 대는 다른 기업들과 비교된다. 물론 처음부터 제대로 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말이다. 프로스펙스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노력을 해 주길 부탁한다. 다른 기업들도 본받았으면 한다.
기왕 고쳐 싣는 김에 ‘극대화 됩니다’는 ‘극대화됩니다’로 붙여 썼으면 싶다. ‘이동시켜 추진력이 생기는’, ‘배가 시켜’는 쓸데없이 ‘시키다’라는 말을 쓰지 말고 ‘이동해 추진력을 얻는’, ‘배가해’라고 하는 게 더 좋을 듯하다. ‘땀을 빠르게 흡수 증발시켜주며’도 ‘땀이 빠르게 증발되도록 해 주며’ 정도로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7만원이상’도 7만 원 이상’으로 띄어 쓰는 것이 맞다.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사이시옷 정리
사이시옷은 누구에게나 골칫거리지만 규정을 잘 알고 눈으로 익히며 외우는 수밖에 별 뾰족한 길이 없다.
사이시옷이 붙는 환경은 순 우리말 합성어에서 3가지, 순 우리말+한자어 합성어에서 3가지, 한자어에서 1가지로 모두 7가지다.
'순 우리말+순 우리말' 합성어 중에서 3가지는 (1)뒷말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냇가,햇볕) (2)뒷말 첫소리 'ㄴ,ㅁ' 앞에서 'ㄴ'소리가 덧나거나(아랫니, 잇몸) (3)뒷말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소리가 덧날 때(뒷일, 깻잎)이다.
'순 우리말+한자어' 합성어에서 3가지는 (4)뒷말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콧병, 햇수) (5)뒷말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소리가 덧나거나(곗날, 툇마루) (6)뒷말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소리가 덧날 때(가욋일, 훗일)이다.
그리고 끝으로 (7)두 음절로 된 한자어 6개(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가 있다.
헷갈리는 말 100개를 정리했다.
갈댓잎, 감잣국, 갯값, 건넛마을, 계핏가루, 고양잇과, 공깃밥, 군홧발, 귀갓길, 근댓국, 기댓값, (기와집), 꼭짓점, 나랏돈, 나랏빚, 난롯불, 날갯짓, 냉잇국, 노랫말, 노랫소리, 노잣돈, 놀잇배, (농사일), 눈칫밥, 단옷날, 담뱃잎, 답삿길, 대푯값, 덩칫값, 도낏자루, (도매금, 동아줄), 등굣길, 등댓불, (마구간), 마릿수, 만둣국, 만홧가게, 맥줏집, (머리기사, 머리말), 머릿돌, 며느릿감, 모깃소리, 뭇국, 바닷고기, 바닷모래, 바닷새, 배뱅잇굿, 배춧국, 뱃멀미, 북엇국, 비췻빛, 빨랫방망이, 사잣밥, 상갓집, 색싯집, 선짓국, 소싯적, 소줏집, 송홧가루, 순댓국, 시곗바늘, 시빗거리, 시줏돈, 신붓감, 신줏단지, 쌈짓돈, 연둣빛, (예사말), 예삿일, 외갓집, 우윳빛, (인사말), 일숫돈, 잉엇과, 자릿세, 자줏빛, 장삿속, (전세방), 전셋집, 조갯국, 존댓말, 종갓집, 종잇장, 죗값, 주머닛돈, 주삿바늘, 처갓집, (초가집), 출셋길, 콧방귀, 파랫국, 판잣집, (피자집), 하굿둑, 호숫가, 혼잣말, (화병), 활갯짓.
2006/03/14 부산일보
집값은 큰 변화가 없지만 전셋값은 계속 올라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하반기에도 전셋값은 더욱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세를 얻을 때 집주인에게 맡기는 돈을 ‘전셋값/전세값’, ‘전셋가/전세가’ 각각 어느 것으로 표기해야 할까. 정답은 ‘전셋값’과 ‘전세가’다.
사이시옷은 순우리말 또는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 가운데 앞말이 모음으로 끝나거나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날 때 붙는다(예:바닷가·찻잔). 또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덧나거나(예:아랫니·툇마루),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ㄴ’ 소리가 덧나는 것(예:뒷일·예삿일) 등에 받쳐 적는다.
‘전셋값’은 한자어로 된 ‘전세(專貰)’와 순우리말 ‘값’이 만나 [전세깝]으로 소리 나는 경우이므로 사이시옷을 붙여야 한다. ‘전세가(專貰價)’는 세 음절 모두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는다.
한자어로 된 낱말은 사이시옷을 넣지 않으나 ‘숫자’ ‘횟수’ ‘툇간’ ‘셋방’ ‘곳간’ ‘찻간’은 예외로 한다.
출처 우리말 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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