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첫째 아들, 두 번째 부인 - ‘셋째 줄 왼쪽에서 넷째 학생’

들꽃 호아저씨 2022. 6. 5. 19:26

 

 

[바른 말글] 첫째 아들, 두 번째 부인

 

번째는 의미 차이 없이 쓰이는 일이 많다. 그러나 에는 순서의 개념이 담겨 있고 에는 반복되는 횟수의 개념이 들어 있어 둘을 구별해서 쓰는 게 좋다. 아들이 여럿인 집의 장남은 첫째 아들이지 첫 번째 아들이 아니다.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아랍의 부호 만수르는 (서열상) 첫째, 둘째 부인을 두고 있다. 하지만 조선 영조가 정성왕후와 사별하고 새로 맞은 정순왕후는 둘째가 아니라 두 번째 부인이라고 해야 옳다.

 

셋째 줄 왼쪽에서 넷째 학생이라고 해야 하지 세 번째 줄 네 번째 학생이라고 하면 안 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땅이 넓은 캐나다도 둘째가 맞다. 마라톤에서 선수가 5등으로 들어왔다면 다섯 번째가 아니라 다섯째로 들어왔다고 해야 한다. 한 사람이 다섯 번이나 뛴 게 아니지 않은가.

 

서울신문 2017-04-11

 

 

 

[성병휘의 교열단상]첫 번째 기적

 

이달 12일 아이티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최대 2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가져왔다. 지진 발생 나흘째 대학 건물 잔해에서 29세 여성이 97시간 만에 구출돼 기적적으로 생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해 한반도에서 모두 60차례의 지진이 일어나 1978년 이후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유감지진'(느낄 수 있는 지진)10여 차례에 달했다.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0 지진이 서울에서 일어나면 서울에서만 5만여 명의 사망자가 생기는 등 전국적으로 67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소방방재청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와 섬뜩하게 한다.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이렇게 해서 카나의 기적이 이루어졌다. 물로 포도주를 만든 기적이다. 예수의 첫 번째 기적은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꾼 것이다.

 

국어사전에는 '기적'을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일, 기독교에서,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성령의 힘을 입은 사람이 이루어 내는 일을 이른다고 되어 있다.

 

우리가 사물이나 횟수의 차례를 나타낼 때 '-''-번째'를 사용하는데 이를 혼동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첫째, 둘째' 할 때 '-'는 사물의 차례를 나타내는 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나란히 있는 사람이나 물건의 차례(둘째 줄의 셋째 사람), 열거하는 사례의 차례(첫째 장), 생겨난 차례(둘째 아들), 등급(석차 다섯째)을 나타낸다. 한자어로는 '第一(1), 第二(2)'에 해당된다.

 

'첫 번째, 두 번째'에서 '-번째'는 반복하는 일에 대한 횟수의 차례를 나타내는 것으로 운동경기(두 번째 시합), 질문(세 번째 물음), 왕복운동(네 번째 왕복)을 표기할 때 쓰인다. 한자어로는 '第一回(1), 第二回(2)'로 표기할 수 있다.

 

'첫째'는 순서가 가장 먼저인 차례의 뜻을 가지고 있고, '첫 번째'는 관형사인 ''과 차례나 횟수를 나타내는 말인 '번째'가 결합된 것이다. "그는 입사 시험에 첫 번째 합격했다." "왼쪽에서 여섯 번째는 철수다." "운동장을 세 번째 돌고 있는 영희."에서 두 번째 문장의 '여섯 번째''여섯째'의 잘못된 표기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 바쁜 것 같다. 바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바쁘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도 아니다. 바쁜 것은 그저 바쁜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바빠야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사는 것에 떠밀려 삶의 여유를 잃고 말았다. 한번쯤 멈춰 서서 그 첫째 원인이 뭔지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갖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1

 

접사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대로’, 또는 전부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그릇째.

뿌리째.

껍질째.

통째.

밭째.

 

 

-2

 

접사

 

((수량, 기간을 나타내는 명사 또는 명사구 뒤와 수사 뒤에 붙어))

 

1차례등급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몇째.

두 잔째.

여덟 바퀴째.

둘째.

셋째.

 

2동안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사흘째.

며칠째.

다섯 달째.

 

 

 

 

-

 

[] 수사

 

순서가 가장 먼저인 차례.

 

수술 환자를 다룰 때는 첫째, 마취를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혈액을 취급할 줄 알아야 하고.홍성암, 큰물로 가는 큰 고기

 

[] 관형사

 

순서가 가장 먼저인 차례의.

 

시리즈물의 첫째 권.

우리 동네 목욕탕은 매월 첫째 주 화요일에 쉰다.

 

[] 명사

 

1((주로 첫째로꼴로 쓰여)) 무엇보다도 앞서는 것.

 

신발은 첫째로 발이 편안해야 한다.

첫째로 그와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아 친해질 수 없다.

지금 너한테는 모든 일에 있어서 휴식이 첫째가 되어야 한다.

 

2여러 형제자매 가운데서 제일 손위인 사람. =맏이.

 

피붙이라곤 자식 둘 있는데 그나마 첫째는 교통사고로 죽고 지금은 둘째만 남았다.

김 선생네는 첫째가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다.

 

 

 

 

-()

 

의존 명사

 

차례나 횟수를 나타내는 말.

 

세 번째.

몇 번째.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