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들려야’ 하나 ‘들러야’ 하나
“엄마, 학교 끝나고 친구 집에 들렸다 올게요.” “다른 데는 들리지 말고 빨리 와야 한다.”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옮긴 것이다. 여기에서 ‘들렸다’ ‘들리지’는 바르게 적은 것일까? 말할 때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인데 막상 적으려고 하니 ‘들리다’인지 ‘들르다’인지, 또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헷갈린다.
예문에서처럼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는 행위를 나타낼 때는 ‘들리다’가 아닌 ‘들르다’를 써야 한다. ‘들르다’는 ‘들르고, 들르며’ 등과 같이 활용되는데 ‘-아/-어’ 앞에서는 매개모음인 ‘으’가 탈락한다. 따라서 ‘들르-’에 ‘-어’가 결합하면 ‘으’가 탈락하면서 ‘들러’가 된다.
그러므로 예문을 “엄마, 학교 끝나고 친구 집에 들렀다 올게요” “다른 데는 들르지 말고 빨리 와야 한다”로 고쳐야 한다. 이처럼 ‘들렸다’나 ‘들리지’가 잘못 쓰기 쉬운 형태다.
‘들려’는 ‘들리+어’가 줄어든 형태로, ‘들르다’가 아닌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들리다’는 ‘듣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나 ‘들다’의 사동사와 피동사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오랜만에 친정에 (들렀더니/들렸더니) 맛있는 음식을 손에 잔뜩 (들러/들려) 보냈다”에서는 각각 어떤 단어를 골라야 할까.
정답은 “오랜만에 친정에 들렀더니 맛있는 음식을 손에 잔뜩 들려 보냈다”이다. 잠깐 들어가 머물렀음을 나타내는 표현은 ‘들르다’이므로 앞 부분은 이를 활용한 ‘들렀더니’로 써야 한다. 뒷부분은 ‘들다’의 사동사인 ‘들리다’를 활용한 표현이므로 ‘들려’를 사용해야 바르다.
김현정 기자http://nomadicwriter@naver.com
들리다3 「동사」
사람이나 동물의 감각 기관을 통해 소리가 알아차려지다. ‘듣다’의 피동사.
⸱어디서 음악 소리가 들린다.
⸱밤새 천둥소리가 들렸는데 아침에는 날이 맑게 개었다.
⸱그는 귓병을 앓아서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전화가 고장이 났는지 잘 들리지 않는다.
⸱명식이 댁도 담 너머 집에 들릴까 봐 조그만 목소리로 달래는 기색이다.≪염상섭, 대목 동티≫
들-리다4 「동사」
「1」 【…에】 손에 가지게 되다. ‘들다’의 피동사.
⸱가방이 들린 손.
⸱양손에 보따리가 들리다.
⸱손에 짐이 들려 문을 열 수가 없다.
「2」 아래에 있는 것이 위로 올려지다. ‘들다’의 피동사.
⸱무릎을 치니 다리가 번쩍 들린다.
⸱어찌나 가벼운지 그녀의 몸이 들려 올라간다.
들르다 「동사」
【…에】【 …을】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
⸱친구 집에 들르다.
⸱퇴근하는 길에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친구를 만났다.
⸱오늘 아침, 목욕탕엘 다녀온 윤재는 시장에 들러 잠바도 하나 사고 이발소에도 다녀왔다.≪한수산, 부초≫
⸱그는 집에 가는 길에 술집을 들러 한잔했다.
⸱나는 석탑 서점을 들러 오후 세 시에 바닷가로 나왔었다.≪김원일, 도요새에 관한 명상≫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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