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새털같이 많은 날들을 새날로, 새 마음으로 맞는 일만큼 좋은 일은 없다.' - `새털 같은 날`은 없다

들꽃 호아저씨 2022. 6. 10. 21:45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새털 같은 날`은 없다

 

'새털같이 많은 날들을 새날로, 새 마음으로 맞는 일만큼 좋은 일은 없다.'('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풍경일기 시리즈 중 <()>에서) '새털처럼 많은 행복했던 순간이 모여 당신의 오늘을 만든 것입니다.'('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에서 '일곱 번째 할 일-지금 가장 행복하다고 외쳐보기'에 나오는 대목)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표현 중에는 막상 사전을 찾아보면 없는 말들이 꽤 있다. 무심코 입에 굳은 대로 쓰기는 하지만 잘못된 말이기 때문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날'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새털같이 많은 날''쇠털같이 많은 날'이 바른말이다. '쇠털같이 허구한 날' '쇠털같이 하고한 날'처럼 조금씩 변형돼 쓰이기도 하지만 핵심어인 '쇠털'은 변하지 않는다. 줄여서 '쇠털 같은 날'이라고도 한다. '쇠털''소의 털'이 준 말이다. '새털'에도 털이 많기는 하지만 '소의 털'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관용구로 굳은 말이므로 발음이 편리하다고 임의로 바꿔 쓸 수 없다.

 

'개발새발'이니 '개발쇠발'이니 하는 데서도 비슷한 변형 사례를 볼 수 있다. '글씨를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갈겨 써놓은 모양'을 가리키는 이 말은 '괴발개발'이 바른말이다. 이는 '괴발+개발'로 나눠지는데, '''고양이'의 옛말이다. 천방지축 들뛰는 고양이와 개의 발자국으로 어지럽혀진 모습에서 '괴발개발'이 지금의 난삽한 글씨 모양을 가리키게 된 것이다. 하지만 ''는 요즘 사어(死語)가 되다시피 했고 '괴발디딤'(고양이가 발을 디디듯이 소리 나지 않게 가만가만 발을 디디는 것) 정도에서나 화석처럼 남아 있을 뿐이다. '괴발'을 사람들이 음상이 비슷한 '개발'로 발음하고 여기서 연상해 뒤의 말을 '쇠발'로 바꾼 게 '개발쇠발'이다. 또 이를 다시 더 편한 발음으로 바꿔 말한 게 '개발새발'이다. 하지만 발음만 비슷할 뿐 의미상으론 모두 거리가 먼, 잘못 쓰는 말이다.

 

'새털같이 허구한 날'에서 '허구하다''하고하다'도 비슷하면서도 미세한 차이를 보이는 단어다. 우선 '하고하다'는 고유어로서 '하고많다'와 같은 말이다. '많고 많다'는 뜻이다. 주로 '하고한'의 꼴로 쓰인다. '하고많다' 역시 주로 '하고많은'의 꼴로 쓰이며 다른 활용 꼴은 잘 안 쓴다. '허구하다(許久-)'는 한자어인데 특히 '(/세월 등이)매우 오래다'라는 뜻이다. 두 말은 쓰임새가 같으면서도 달리 쓰이는 경우가 있다. 가령 "하고한 날을 기다림 속에" 같은 데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날'이 결국 '오랜 날들'이므로 '허구한'으로 바꿔 써도 괜찮다. 그러나 "하고한 사람 중에 하필이면 너냐"라고 말할 때는 '많다'는 뜻으로 쓴 말이기 때문에 "허구한 사람 중에"라고 쓸 수 없다.

 

2006/03/06 한국경제

 

 

 

 

하고-하다 형용사

 

많고 많다. =하고많다.

 

그녀 역시 하루하루가 무료하고 하고한 날 가겟방에 드러누워 동네 조무래기들을 상대로 알사탕이나 팔고 있으려니 사는 것도 시들하고.최인호, 지구인

 

 

하고-많다 형용사

 

많고 많다. 하고하다.

 

하고많은 것 중에서 왜 하필이면 썩은 것을 골랐느냐?

생사도 알 길이 없는 남편을 기다리며 이렇게 하고많은 나날을 독수공방으로 보내야 하다니, 참 어이가 없었다.하근찬, 야호

사람은 사람일 따름, 신은 아닌 거야. 하늘과 땅 사이, 목숨을 받아 슬픈 것이 하고많은데 너의 힘으로 어찌해.박경리, 토지

 

 

허구-하다1(許久하다) 형용사

 

((‘허구한꼴로 쓰여))

 

, 세월 따위가 매우 오래다.

 

허구한 세월.

허구한 날 팔자 한탄만 한다.

그는 살 궁리는 안 하고 허구한 날 술만 퍼마시고 다녔다.

 

 

쇠-털 명사

 

소의 털. 소털, 우모.

 

그 철삿줄 끝에는 짧은 쇠털이 꼭 밤송이 모양으로 촘촘히 박혀 있었다.김원일, 노을

최 선달이 이끄는 총수 열두 명은 갈옷에 쇠털 패랭이를 눌러써 회민 행색으로 꾸미고 아무 기탄 없이 성안으로 들어갔다.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관용구/속담

속담 : 쇠털 같은 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쇠털같이 하고많은[허구한] .

 

속담 : 쇠털같이 많다

수효가 셀 수 없이 많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속담 : 쇠털같이 하고많은[허구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나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쇠털 같은 날.

 

속담 : 쇠털을 뽑아 제 구멍에 박는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쇠털을 뽑아서 다시 제자리에 꽂아 넣는다는 뜻으로, 융통성이 전혀 없고 고지식한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괴발-개발 명사

 

고양이의 발과 개의 발이라는 뜻으로, 글씨를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써 놓은 모양을 이르는 말.

 

담벼락에는 괴발개발 아무렇게나 낙서가 되어 있었다.

비슷한말개발새발

 

관용구/속담

관용구 : 괴발개발 그리다

글씨를 함부로 갈겨쓰다.

괴발개발 그린 낙서.

 

개발-새발 명사

 

개의 발과 새의 발이라는 뜻으로, 글씨를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써 놓은 모양을 이르는 말.

 

개발새발 글씨를 쓰다.

비슷한말괴발개발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