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우표 붙이기와 편지 부치기
모바일 메신저로 손쉽게 안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서 손으로 쓴 편지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편지를 받아 본 사람이라면 정성스레 한 글자씩 써 내려간 편지가 얼마나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지 느껴 봤을 것이다.
“추석 때 고향에 못 내려간 대신 부모님께 장문의 편지를 써 붙였다/부쳤다” “편지 봉투에 정성스레 우표를 붙이고/부치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다” 등처럼 편지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 ‘붙이다’ ‘부치다’ 어느 것을 써야 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발음이 같아서 구별이 더욱 어렵다.
‘붙이다’는 ‘붙다’의 사동사로 “봉투에 우표를 붙이다” “담뱃불을 붙이다” “계약에 조건을 붙이다” “이런저런 구실을 붙이다” “땅에 뿌리를 붙이다” “이름을 붙이다” 등과 같이 쓰인다. 떨어지지 않게 밀착시킨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부치다’는 “편지를 부치다” “안건을 회의에 부치다” “비밀에 부치다” “원고를 편집해 인쇄에 부치다” 등과 같이 사용할 수 있다. 밀착시킨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붙이다/부치다’가 다른 말과 결합해 쓰일 경우 좀 더 아리송해진다. ‘걷어붙이다/걷어부치다’ ‘몰아붙이다/몰아부치다’ ‘밀어붙이다/밀어부치다’ ‘쏘아붙이다/쏘아부치다’ ‘벗어붙이다/벗어부치다’를 구분해 내기가 쉽지 않다.
‘붙이다’는 맞닿아 떨어지지 않게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 ‘붙이다/부치다’의 부분에 ‘붙게 하다’를 대입해 의미가 전달되면 ‘붙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치다’를 쓰면 된다.
“소매를 걷어붙이다”의 경우 소매를 말아 올려 붙게 한다는 의미가 들어 있으므로 ‘부치다’가 아닌 ‘붙이다’를 사용한다. ‘몰아붙이다’ ‘밀어붙이다’ ‘쏘아붙이다’도 ‘붙게 하다’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붙이다’를 써야 한다.
“웃통을 벗어부치고 대들었다”의 경우 ‘벗어부치다’가 ‘힘차게 대들 기세로 벗다’는 의미를 지닐 뿐 ‘붙게 하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부치다’를 사용한다.
김현정 기자
[우리말 바루기] 부치다/ 붙이다
'부치다'와 '붙이다'의 구별이 힘든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벽보를 붙이다' '편지를 부치다'와 같이 단독으로 쓰일 때는 틀리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다른 단어에 붙어 쓰일 때는 헷갈리기 쉽다. 다음 사례 중 잘못 쓴 것을 찾아보자.
ㄱ. 그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덤벼들었다.
ㄴ. 순이는 돌이의 따귀를 올려붙였다.
ㄷ. 밀어붙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ㄹ. 옷을 벗어붙이고 물건을 나르기 시작했다.
단어가 원래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면 본 모양을 밝혀 적고, 원래 뜻에서 멀어졌으면 밝혀 적지 않는 게 맞춤법의 원칙이다.
'붙이다'는 기본적으로 '붙게 하다, 서로 맞닿게 하다'란 뜻을 가지고 있다. ㄱ은 옷소매를 걷어서 위쪽으로 붙인 모습, ㄴ은 따귀를 때린 손이 뺨에 붙은 것, ㄷ은 밀어서 한쪽으로 붙인 것을 상상해 보면 '붙이다'를 쓴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러나 ㄹ은 옷을 벗어서 어느 쪽에 '붙인' 것이 아니므로 '붙이다'와 관련짓기 어렵다. 그래서 '벗어부치다'로 쓰는 게 올바르다.
2009/06/22 중앙일보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밀어붙이다`와 `부치다`
'불도저식으로 밀어부치다 여기저기에서 구멍이 뻥뻥 뚫린 것이다.'
여기서 '밀어부치다'는 틀린 말이며 '밀어붙이다'로 써야 합니다.
'밀어붙이다'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ㄱ.한쪽으로 세게 밀다.
ㄴ.여유를 주지 않고 계속 몰아붙이다.
각각 예를 들면
ㄱ.헌 가구들을 한쪽으로 밀어붙이고 새 가구를 들여놨다.
ㄴ.우리 팀이 상대 팀을 밀어붙여 압승을 거뒀다.
'주가지수를 끌어올리기에는 힘에 부친다.'
이 문장에 쓰인 '부치다'에는
ㄱ.힘이 미치지 못하다.
ㄴ.흔들어서 바람을 일으키다.
ㄷ.보내다.
ㄹ.회부하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쓰임은 다음과 같습니다.
ㄱ.노인들에게 농사는 힘에 부치는 일이다.
ㄴ.부채로 부치는 것보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훨씬 시원하다.
ㄷ.편지는 부쳤니?
ㄹ.역학조사를 구실로 4개월 동안이나 극비에 부쳐졌다.
'밀어붙이다'와 '부치다'가 대비되는 의미로 쓰이지는 않지만 '밀어부치다'로 틀리게 쓰는 경우가 많아 '부치다'와 함께 설명을 드렸습니다.
이렇게 억지로 우겨서 몰아붙일 때는 '밀어부치다'가 아니라 '밀어붙이다'를 씁니다.
2005/11/08 머니투데이
붙-이다 「동사」
1 【…에 …을】
「1」 맞닿아 떨어지지 않게 하다. ‘붙다’의 사동사.
⸱봉투에 우표를 붙이다.
⸱메모지를 벽에 덕지덕지 붙이다.
⸱난로가 교실 한복판에 있어서 꽤 긴 연통은 이미 그 친구 덕에 온몸이 만신창⸱이로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박완서, 오만과 몽상≫
「2」 불을 일으켜 타게 하다. ‘붙다’의 사동사.
⸱연탄에 불을 붙이다.
⸱담뱃불을 붙이다.
⸱성냥불을 초 끝에 붙이고 만수향을 피웠다.≪한승원, 해일≫
「3」 조건, 이유, 구실 따위를 딸리게 하다. ‘붙다’의 사동사.
⸱계약에 조건을 붙이다.
⸱그는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이유를 꼭 붙여야 직성이 풀린다.
⸱왜, 그랬을까, 하얼빈에서 북만주 일대를 더듬어 나가려 했었는데 이런저런 구실을 붙이고 이곳저곳 머뭇거리다가 왜 신징으로 돌아왔을까.≪박경리, 토지≫
「4」 식물이 뿌리를 내리게 하다. ‘붙다’의 사동사.
⸱땅에 뿌리를 붙이다.
「5」 주가 되는 것에 달리게 하거나 딸리게 하다. ‘붙다’의 사동사.
⸱본문에 주석을 붙이다.
⸱인용을 하면 반드시 그곳에 각주를 붙여야 한다.
「6」 내기를 하는 데 돈을 태워 놓다.
⸱내기에 1000원을 붙이다.
「7」 신체의 일부분을 어느 곳에 대다.
⸱아랫방의 들창만 열어 놓고 장지문을 닫아건 숙희는 차가운 방바닥에 등을 붙이고 누워 있다.≪박경리, 토지≫
⸱나는 철조망에 얼굴을 붙이고 말뚝에 매인 개와 축사 속에 들어 있는 개들이 혀를 헐떡거리면서 짖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최인호, 미개인≫
「8」 『민속』 윷놀이에서, 말을 밭에 달다.
⸱세 번째 말을 붙이다.
2 【…에/에게 …을】
「1」 【…을 (…과)】 ((‘…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목적어로 온다)) 물체와 물체 또는 사람을 서로 바짝 가깝게 하다. ‘붙다’의 사동사.
⸱가구를 벽에 붙이다.
⸱엄마는 아이를 자기 옆에 딱 붙여 놓고는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성우는 열을 맞추어 언덕을 하얗게 덮고 있는 수천 개의 묘비에 눈이 질려 잠시 땅에 발을 붙이고 서 있었다.≪이원규, 훈장과 굴레≫
⸱그는 자신의 책상을 그녀의 책상과 붙이고 공부를 같이 하고 싶어 했다.
⸱땅이 부족한 그들은 할 수 없이 집 여러 채를 서로 다닥다닥 붙여서 지을 수밖에 없었다.
⸱여순은 두 자 혹은 석 자가량씩 붙여 쓰고는 보이지 않게 지우고 또 새로 쓴다.≪한설야, 황혼≫
「2」 바로 옆에서 돌보게 하다. ‘붙다’의 사동사.
⸱중환자에게 간호사를 붙이다.
⸱아이에게 가정 교사를 붙여 주다.
⸱우리는 방문단의 신변 보호를 위해 경호원을 붙이기로 결정했다.
「3」 어떤 것을 더하게 하거나 생기게 하다. ‘붙다’의 사동사.
⸱운동을 해서 다리에 힘을 붙였다.
⸱식당에서의 일은 아이에게 음식을 하는 요령을 붙여 주는 역할을 했다.
「4」 이름이 생기게 하다. ‘붙다’의 사동사.
⸱순우리말 이름을 수출 상품에 붙이다.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데에 있어서도 우리는 청각적인 이미지를 갖다 쓰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이어령,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여행 철학이란 제목을 붙이고 보니, 제목만은 그럴듯하나 사실 그 내용인즉은 별로 신통치 못하다.≪김진섭, 인생 예찬≫
「5」 【(…과) …을】 ((‘…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주어로 온다)) 어떤 감정이나 감각을 생기게 하다. ‘붙다’의 사동사.
⸱공부에 흥미를 붙이다.
⸱새로 사귄 친구에게 정을 붙이고 나니 이제는 헤어지고 싶지 않다.
⸱아이와 정을 붙이고 나니 떨어지기가 싫다.
⸱부부는 서로 정을 붙이면서 살기 마련이다.
「6」 말을 걸거나 치근대며 가까이 다가서다.
⸱옆 사람에게 농담을 붙이다.
⸱마님은 순제가 나가는 뒷모양을 바라보며 심심하게 앉아 있는 명신이에게 말을 붙이고 마루 끝에 와서 앉는다.≪염상섭, 취우≫
⸱담배를 피우는 불량한 고등학생들이 남자들보다 더욱 불량해 보이는 여고생들에게 수작을 붙이는 희롱을 멀거니 쳐다보았다.≪안정효, 하얀 전쟁≫
「7」 기대나 희망을 걸다.
⸱앞날에 대한 희망을 붙이다.
⸱이제 우리는 다 늙었으니 한창 커 가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붙이고 사는 것이 큰 낙이다.
⸱그것은 그가 마지막으로 소망을 붙이고 다니던 무관 학교까지도 중도에 그만두고 시골집으로 내려오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이기영, 봄≫
「8」 어떤 놀이나 일, 단체 따위에 참여하게 하다. ‘붙다’의 사동사.
⸱너희들끼리만 놀지 말고 나를 좀 붙여 줘라.
그⸱는 재주가 많으니 우리 일에 붙이면 도움이 될 거야.
3 【…을】
「1」 목숨이나 생명 따위를 끊어지지 않게 하다. ‘붙다’의 사동사.
⸱목숨을 붙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였다.
⸱하루하루 목숨을 붙이고 산다는 게 정말 지긋지긋하여 죽고 싶은 심정뿐입니다.≪황석영, 어둠의 자식들≫
「2」 남의 뺨이나 볼기 따위를 세게 때리다.
⸱상대편의 따귀를 한 대 붙이다.
「3」 ((주로 ‘번호’, ‘순서’ 따위와 함께 쓰여)) 큰 소리로 구령을 외치다.
번호를 붙여서 일렬로 들어간다.
4 【…을 (…과) …을】 ((‘…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목적어로 온다))
「1」 겨루는 일 따위를 서로 어울려 시작하게 하다. ‘붙다’의 사동사.
⸱주인과 손님을 흥정을 붙이다.
⸱동네 불량배를 다른 지역 불량배와 싸움을 붙였다.
⸱두 회사를 경쟁을 붙이다.
⸱그는 사람들을 시비를 잘 붙이고 목소리 또한 무척 떠들썩하다.
「2」 암컷과 수컷을 교합시키다. ‘붙다’의 사동사.
⸱암퇘지와 수퇘지를 교미를 붙이다.
⸱튼튼한 놈들끼리 교미를 붙여야 새끼가 튼실하다.
5 【…을 (…과)】 ((‘…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목적어로 온다))
(속되게) 남녀를 가까이 지내게 하거나 성교(性交)하게 하다. ‘붙다’의 사동사.
⸱누군가 그 남자를 모함하려고 그 남자를 다른 여자와 붙이려고 한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그 두 사람을 붙인 것이 뒤탈이 있을 것 같아 겁이 난다.
부치다1 「동사」
【…에/에게】
모자라거나 미치지 못하다.
⸱그 일은 힘에 부친다.
⸱나는 아직도 그에게는 실력이 부친다.
⸱그 일은 이제 기력이 부쳐 할 수 없다.
⸱그는 긴 여행에 체력이 부쳐서 집에서 꼼짝하지 않고 쉬고 있었다.
⸱그는 이십 리나 삼십 리를 걸어도 힘에 부치어 쉬자고 할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김동리, 등신불≫
부치다2 「동사」
1 【…을 …에/에게】【 …을 …으로】
편지나 물건 따위를 일정한 수단이나 방법을 써서 상대에게로 보내다.
⸱편지를 부치다.
⸱아들에게 학비와 용돈을 부치다.
⸱편지를 집으로 부치다.
⸱짐을 외국으로 부치다.
⸱옷을 아들이 사는 기숙사로 부치다.
⸱이번에 서울 올라가면 그 돈은 즉시 우편으로 부쳐 드리리다.≪홍성원, 무사와 악사≫
2 【…을 …에】
「1」 어떤 문제를 다른 곳이나 다른 기회로 넘기어 맡기다.
⸱안건을 회의에 부치다.
⸱임명 동의안을 표결에 부치다.
⸱인권 침해 책임자를 재판에 부쳐 처벌하였다.
⸱정부는 중요 정책을 국민 투표에 부쳤다.
「2」 어떤 일을 거론하거나 문제 삼지 아니하는 상태에 있게 하다.
⸱회의 내용을 극비에 부치다.
⸱여행 계획을 비밀에 부치다.
⸱세상에 떠도는 얘기 같은 것 불문에 부치겠다 그러던가요?≪박경리, 토지≫
「3」 원고를 인쇄에 넘기다.
⸱접수된 원고를 편집하여 인쇄에 부쳤다.
「4」 마음이나 정 따위를 다른 것에 의지하여 대신 나타내다.
⸱논개는 길게 한숨을 뿜은 뒤에 진주 망한 한을 시에 부쳐 바람에 날린다.≪박종화, 임진왜란≫
「5」 먹고 자는 일을 제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하다.
⸱삼촌 집에 숙식을 부치다.
⸱당분간만 밥은 주인집에다 부쳐 먹기로 교섭했다.≪최정희, 인간사≫
⸱집도 절도 없는 사람이니 다른 데 갈 데 있나. 같이 오자던 사람의 집에 가서 몸을 부치고 있었네.≪홍명희, 임꺽정≫
3 【…에】 ((주로 ‘부쳐’, ‘부치는’ 꼴로 쓰여))
어떤 행사나 특별한 날에 즈음하여 어떤 의견을 나타내다. 주로 글의 제목이나 부제(副題)에 많이 쓰는 말이다.
⸱한글날에 부쳐.
⸱식목일에 부치는 글.
⸱젊은 세대에 부치는 서(書).
부치다3 「동사」
【…을】
논밭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다.
⸱부쳐 먹을 내 땅 한 평 없다.
⸱요새 남의 땅 부치고 있다는 작자들이 소작 준 본정은 모르고 제 세상인 듯 설치고 있으니 하도 기가 막혀서….≪송기숙, 암태도≫
⸱그가 여태껏 도지로 부치던 논을 내년부터는 반작으로 해 달란 것이었다.≪황순원, 카인의 후예≫
부치다4 「동사」
【…을】
번철이나 프라이팬 따위에 기름을 바르고 빈대떡, 저냐, 전병(煎餠) 따위의 음식을 익혀서 만들다.
⸱달걀을 부치다.
⸱전을 부치다.
⸱어머니가 부엌에서 빈대떡을 부치고 계신다.
「비슷한말」 지지다
부치다5 「동사」
【…을】
부채 따위를 흔들어서 바람을 일으키다.
⸱부채를 부치다.
⸱그는 신문지로 연방 바람을 부치면서 신기하다는 듯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황석영, 한 씨 연대기≫
「비슷한말」 요선하다(搖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