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번 먹읍시다.
처음 만난 그가 헤어지며 손을 내민다.
잡은 손이 아랫목에 묻어놓은 밥그릇처럼 따스하다.’
[우리말 바루기] ‘다시 한 번’인가 ‘다시 한번’인가?
직장인과 대학생이 가장 헷갈리는 맞춤법으로 띄어쓰기를 꼽은 적이 있다. 우리말에서 띄어쓰기는 정말 어렵다. 띄어쓰기의 어려움을 보여 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한 번’이다.
단위는 띄어 쓴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따라서 ‘한 번’이 횟수를 나타낼 때는 띄어쓰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한 번 해서 안 되면 두 번, 세 번 계속 해야 한다”처럼 표기하면 된다. 그러나 ‘한 번’이 시험 삼아 시도함, 기회 있는 어떤 때 등을 나타낼 때는 붙여 써야 한다. 합성어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한번 먹어 볼까” “언제 밥 한번 먹읍시다” 등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은 어떻게 될까? “다시 한 번 손님을 쳐다보았다”는 문장을 보자. 과거 국립국어원은 이 경우의 띄어쓰기에 대한 질문에 ‘한 번’이 문맥상 횟수를 나타내면 띄어 쓰고 그렇지 않으면 합성어로 붙여 써야 한다고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서 ‘한 번’을 띄어야 한다, 붙여야 한다 논란이 많았다. 문맥으로도 의미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혼선이 이어지자 국립국어원은 다행히 2015년 표준정보보완심의회 의결을 거쳐 의미에 상관없이 ‘다시 한번’의 구 형태에서는 ‘한번’을 붙여 쓴다고 결정했다. 즉 문맥을 따지지 않고 ‘다시 한번’으로 붙여 쓰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시 한번’에서 ‘한번’은 무조건 붙여 쓰면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새 우리말 바루기 42. 한번 해보자
나라의 경제 상황이 썩 나아 보이지 않습니다. 중앙일보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에 `쇳물은 멈추지 않는다`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허허벌판 모래밭에 철강왕국 `포항제철`을 이루기까지 인간 의지의 실현 과정이 눈물겹습니다.
`한번 해보자`며 출발했던 것이 기적을 낳았지만 시련도 숨어 있었습니다.
`한번`을 `한 번`으로 써도 뜻이 같을까요? 띄어쓰기만 달리 했을 뿐인데도 의미가 달라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한`은 수량이 하나임을 뜻하는 관형사이고 `번(番)`은 `4번 타자, 몇 번 맞는 기회` 등에서 보듯 어떤 범주에 속한 사람이나 사물.일 따위의 차례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한`과 `번`을 이용, 단순히 일의 차례나 횟수를 나타내고 싶으면 `한 번`처럼 띄어 쓰십시오.
그러나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처럼 `어떤 일을 도전정신을 갖고 시험 삼아 시도함`을 강조할 때는 붙여 씁니다. 이때의 `한번`은 `일단`이나 `아주 썩` `참 잘` 등을 나타내는 부사어로서의 기능을 합니다.
`한번`과 `한 번`을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또 있습니다.
문장 안에서 `한 번`을 `두 번, 세 번`으로 바꿔 뜻이 통하면 그대로 놔두고, 그렇지 않으면 `한번`으로 붙여 쓰십시오. "얼마인지 가격이나 한번 물어보자" "인심 한번 고약하구나" 등에서 `한번`을 `두 번`으로 바꾸어 보면 뜻이 어색하니 붙여 써야 합니다. "한 번 실패하더라도 두 번, 세 번 다시 도전하자"의 `한 번`은 수효를 나타내는 다른 관형사로 바꿨는데도 뜻이 통하죠. 자신있게 `한 번`으로 띄어 쓰십시오.
2004/08/30 중앙일보
한-번(한番) [Ⅱ] 「부사」
「2」 기회 있는 어떤 때에.
⸱우리 집에 한번 놀러 오세요.
⸱시간 날 때 낚시나 한번 갑시다.
⸱언제 한번 찾아가 뵙고 싶습니다.
⸱큰 병원에 한번 가서 진찰을 받아 보자.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