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우리말] 배꼽시계는 ‘뱃속’에서 울릴까? ‘배 속’에서 울릴까?
배가 고플 때면 나도 모르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갖고 있다는 배꼽시계다.
배꼽시계는 이 ‘꼬르륵’ 소리가 배에서 난다고 여겨 붙여진 이름이지만, 배꼽시계는 사실 배꼽 근처가 아닌 위에서 울린다. 위는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 줄었다 늘었다 하는 연동운동을 하는데, 위의 연동운동은 공복 상태에서도 이뤄진다. 대뇌가 음식과 관련한 생각을 하거나 냄새를 맡으면 음식을 먹은 것으로 착각해 연동운동을 하라고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공복 상태에서 위가 연동운동을 하면, 위 속에 있던 공기가 움직이며 ‘꼬르륵’ 소리를 낸다.
또한, 음식을 먹은 지 오래돼 공복 상태가 심해지면, 위에 공간이 커져 ‘꼬르륵’ 소리가 더 크게 들리게 된다. 하지만 배 고픈 것과 상관없이 시도 때도 없이 배에서 소리가 난다면 이는 위장에 탈이 났다는 신호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많은 이가 배꼽시계가 울리는 ‘배의 안쪽 부분’을 ‘배 속’이 아닌 ‘뱃속’으로 표기하곤 한다. 하지만 배의 안쪽 부분을 뜻하는 말을 ‘뱃속’으로 표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태아도 “엄마 배 속에서 자란다”라고 해야지, “엄마 뱃속에서 자란다”라고 하면 안 된다.
국립국어원은 ‘머리 속’과 ‘가슴 속’도 이와 마찬가지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상상이나 생각이 이루어지는 지식 따위가 저장된다고 믿는 머리 안의 추상적인 공간을 이르는 말은 ‘머릿속’이지만, 머리의 안쪽 부분을 이를 때는 ‘머리 속’으로 쓴다. 가슴 역시 “가슴속 깊이 사무치다”와 같이 ‘마음속’의 뜻을 나타낸다면 ‘가슴속’이라고 쓰며,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슴 속 깊이 들이마셨다”와 같이 ‘가슴 안쪽 부분’을 나타낼 때는 ‘가슴 속’으로 써야 한다.
김정아 기자 http://jungya@chosun.com
[우리말 바루기] `뱃속`의 아기?
어떤 단어들은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다음 예문을 살펴보자.
ㄱ. 그의 검은 뱃속을 알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다.
ㄴ. 열 달 동안이나 뱃속에 넣고 길러주신 어머니의 은혜.
ㄷ. 골수는 뼛속 공간에 들어 있는 물질로 혈구를 만든다.
ㄹ. 부모를 잃은 원한이 뼛속까지 사무쳤다.
'뱃속'처럼 붙여 쓰면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 된다. 반면 '몸에서 위장이나 간 등이 들어 있는 공간'을 표현하고자 할 때는 '배 속'처럼 띄어 써야 한다. ㄱ의 경우는 육체적인 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음흉한 속셈을 몰랐다는 것이므로 '뱃속'이 바르고, ㄴ의 경우는 태아가 어머니의 육체적인 '배 안'에서 자랐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배 속'이 맞다.
'뼛속' '뼈 속'도 뜻이 다르다. '뼛속'이라고 붙여 쓰면 '골수'라는 의미가 되고, '뼈 속'이라고 하면 뼈의 안쪽이 된다. 그래서 ㄷ의 경우는 '뼈 속'이라고 쓰는 게 바르고, ㄹ은 한이 골수에까지 깊이 스며들었다는 뜻으로 쓴 것이므로 '뼛속'으로 쓰는 게 더 적확하다.
2009/05/22 중앙일보
[우리말바루기] `뱃속`과 `배 속`
글을 오랫동안 다뤄 온 사람일지라도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기란 쉽지 않다. 띄어 써야 할 것 같은데 사전을 찾아보면 붙이게 돼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많다. 띄어쓰기에 따라 뜻이 달라지기도 한다. ‘뱃속’처럼 ‘-속’이 붙는 단어들이 그런 골칫거리 중 하나다. “건강 검진 중에 그의 뱃속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 / 건강검진 중에 그의 배 속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 어느 쪽을 쓰는 게 옳을까? ‘뼈 속’이 맞을까 ‘뼛속’이 맞을까? ‘머리 속’ ‘머릿속’은?
위의 단어들은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뱃속은 “그는 뱃속이 검은 사람이니 조심해야 한다”처럼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배 속에 나비가 든 것처럼 불편했다”와 같이 배의 안쪽을 뜻할 때는 띄어 써야 한다. “다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뼈 속에서 오래된 파편이 발견됐다”처럼 ‘뼈 속’이라고 띄어 쓰면 뼈의 안쪽을 의미하고 “원한이 뼛속에 사무쳤다” “그 일을 뼛속 깊이 후회한다”처럼 붙여 쓰면 골수(骨髓)란 뜻이 된다. ‘머리 속’ 은 육체적인 머리의 안쪽을 의미한다. “머리 속에 종양이 생겼다”와 같은 경우다. ‘머릿속’이라고 붙여 쓰면 ‘상상, 생각이 이뤄지거나 지식 따위가 저장된다고 믿는 머리 안의 추상적인 공간’을 뜻한다. “그 생각만 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와 같이 쓰는 게 그 예다.
그 외에 몸속·콧속·입속(口腔)·귓속·빈속(먹은 것이 없어서 시장한 배 속) 등과 물속·땅속·산속·꿈속·빗속(비가 내리는 가운데) 등도 띄어서 쓰기 쉽지만 붙여 쓰는 게 맞는 단어들이다.
2007/10/17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