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벚꽃 골목 돌계단 위 스미듯 스며들듯 떨어진 꽃잎들의 긴 입맞춤…’ ⟶ 어미 ‘-듯’과 의존명사 ‘듯’

들꽃 호아저씨 2022. 6. 20. 14:57

 

 

''은 의존명사와 어미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의존명사로 쓰일 때는, 대체로 '죽은 듯이, 아는 듯이'처럼 용언의 관형사형 뒤에 쓰입니다.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씁니다. 어미로 쓰일 때는, 용언의 어간 뒤에 바로 붙여 씁니다. '오듯, 쓰듯''오다, 쓰다'의 어간에 바로 어미 '-'을 붙인 것입니다. '오다, 쓰다'의 관형사형 ', ' 뒤에 ''을 썼다면 이때 ''은 의존명사로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온 듯, 쓴 듯'으로 띄어 써야 합니다.

 

 

우리말 바루기 504. 가듯/갈 듯

 

우리 민족의 향토색 짙은 서정을 민요적 가락으로 풀어낸 청록파의 일원이었던 박목월 시인은 조지훈 시인의 '완화삼''나그네'로 화답하는 시를 보냈다. 그는 나그네에서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를 노래하며 정겨운 우리말과 간결한 표현으로 달관과 체념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달 가듯 가는'''은 뒤에 따라오는 절의 내용이 앞 절의 내용과 거의 같다는 뜻을 나타내는 연결어미로, '듯이'의 준말이다. "그는 돈을 물 쓰듯 한다" "네가 하듯이 나도 하겠다" "사람은 생김새가 다르듯이 생각도 다르다"처럼 쓰인다. 이 경우 ''이 붙은 단어와 유사한 의미의 단어나 내용이 뒤에 온다.

 

반면 "일이 잘돼 갈 듯하다" "비가 올 듯하다" "그 사람을 잘 아는 듯 말했다"''은 짐작이나 추측을 의미하는 의존명사로, 띄어 써야 한다. 대부분 ''''''''뒤에 쓰인다. "죽일 듯 달려들었다" "쥐 죽은 듯 고요했다"와 같이 사용된다. "일을 하는 듯 마는 듯 빈둥거리고 있다"처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는 의미의 ''도 띄어 써야 한다.

 

2005/07/06 중앙일보

 

 

[우리말바루기] 듯 하다 / 듯하다

 

"첫눈이 오는 날 다시 만나요." 이렇듯 겨울 사랑은 첫눈과 함께 온다. 아침부터 잿빛으로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니 금세라도 눈이 '내릴듯 하다/ 내릴 듯하다/ 내릴듯하다'.

 

앞글에서 ① ② ③의 띄어쓰기 중 어느 것이 맞을까? 정답은 은 틀리고 은 맞다. 이렇듯 '''하다'가 연결된 말은 띄어쓰기를 할 때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하다'가 결합하는 형태는 ''이 어간 다음에 바로 오는 경우("변덕이 죽 끓듯 하다/ 그는 그 많은 돈을 떡 주무르듯 한다")와 관형사형 다음에 오는 경우("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듯하다/ 기차가 연착할 듯하다")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의 경우는 어미 '-'과 동사 '하다'로 나누어지는 구조다. 이때의 '-''-듯이'의 준말로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가듯'과 같이 어간에 바로 결합한다. 그러므로 '끓듯 하다'처럼 띄어 쓴다.

 

반면 두 번째의 '듯하다'는 전체가 보조용언이다. 보조용언은 앞말과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쓸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있을 듯하다/있을듯하다' 둘 다 가능하다. 이처럼 보조용언으로 쓰일 때는 앞말이 언제나 관형형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앞말이 어간이면 '-'이 어미이므로 '하다'와 띄어 쓰고, 관형형이면 '듯하다' 전체가 보조용언이므로 붙여 쓴다.

 

2006/12/05 중앙일보

 

 

[똑똑 우리말] ‘듯하다‘-듯 하다’/오명숙 어문부장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하다.”

 

추웠다 풀렸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날씨가 며칠 동안 이어지고 있다.”

 

위 문장 속 하다는 왜 듯하다‘-듯 하다로 다르게 쓰였을까.

 

우리말에는 하다가 이어지는 구성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비가 온 듯하다”, “기차가 연착할 듯하다처럼 관형형 어미 ‘-, -의 뒤에 오면서 추측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이럴 때 듯하다는 하나의 보조 용언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비슷한 말인 듯싶다도 마찬가지다.

 

다른 하나는 어미 이 동사의 어간 다음에 쓰인 뒤 하다가 이어지는 형태다. ‘하다는 어미 뒤에 오는 요소가 아니므로 과 띄어 써야 한다. “변덕이 죽 끓듯 하다”, “땀이 비 오듯 하다처럼 비유의 의미를 나타낼 때 쓰인다. 이때 ‘-듯이의 준말이다. ‘-듯이이다의 어간,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 ‘--’ 뒤에 붙어 뒤 절의 내용이 앞 절의 내용과 거의 같음을 나타내는 연결어미다.

 

한데 ‘-뒤에 오는 듯하다를 모두 붙여 쓰는 건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 의존명사 의 네 번째 풀이에는 행동하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것처럼 보임의 뜻을 나타낼 때는 ‘-ㄹ 듯 ㄹ 듯 하다구성으로 듯 하다를 띄어 쓴다고 돼 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하며 이어지는처럼 쓴다는 얘기다. 이 설명이 듯하다를 더 헷갈리게 만든다.

 

오명숙 어문부장http:// oms30@seoul.co.kr

 

 

 

1 의존 명사

 

1((어미 ‘-’, ‘-’, ‘-뒤에 쓰여)) ‘듯이의 준말.

 

아기는 아버지를 빼다 박은 듯 닮았다.

마치 구름을 걷는 듯 도무지 생시가 아닌 것만 같았다.

지금도 하얀 눈을 보면 그때의 열정이 되살아나는 듯 느껴진다.

하늘이 맑으니 남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경호는 속에서 불덩이가 치미는 듯, ‘에이 더워!’.심훈, 영원의 미소

 

2((어미 ‘-’, ‘-’, ‘-뒤에 쓰여)) ‘듯이의 준말.

 

꼬마는 잘 모르겠다는 듯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우중충 흐린 하늘은 곧 눈발이라도 세울 듯, 이제 한창 밝을 정월 보름달이 시세를 잃고 있는 밤이었다.전상국, 동행

 

3((‘-은 듯 만 듯’, ‘-는 듯 마는 듯’, ‘-을 듯 말 듯구성으로 쓰여))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러지 아니한 것 같기도 함을 나타내는 말.

 

잠을 잔 듯 만 듯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는 신문을 보는 듯 마는 듯 뒤적거리고만 있다.

돌탑이 무너질 듯 말 듯 위태로워 보인다.

 

4((‘-ㄹ 듯 ㄹ 듯 하다구성으로 쓰여)) ‘행동하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것처럼 보임의 뜻을 나타내는 말.

 

안타깝게도 수돗물은 나올 듯 나올 듯 하면서도 나오지 않았다.

영희가 무엇인가 말할 듯 말할 듯 하다가 끝내는 종종걸음 치며 사라졌다.

선혜는 자신과 권오송의 인연을 점치듯 끊어질 듯 끊어질 듯 하며 이어지는 배 껍질을 바라본다.박경리, 토지

 

 

-2 어미

 

‘-듯이의 준말.

 

땀이 비 오듯 하다.

그는 물 쓰듯 돈을 쓴다.

내가 전에도 말했듯 저 앤 정말 공을 잘 차.

물이 깊을수록 조용하듯 사람도 아는 게 많을수록 조용하단다.

물개가 물고기가 아니듯 고래도 물고기가 아니란다.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