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시가 만날 때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더블 베이스 버전) : 도미니크 바그너, 아우렐리아 비소반 - 저녁의 시 : 정윤천

들꽃 호아저씨 2022. 6. 18. 21:28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1797-1828) 아르페지오네 소나타Sonata in a-minor for arpeggione and piano

도미니크 바그너Dominik Wagner 더블 베이스(double bass) and 아우렐리아 비소반Aurelia Visovan 피아노(piano) play Franz Schubert's sonata in a-minor for arpeggione and piano, 더블 베이스 편곡arranged for double bass and piano.

Recording session: April 2019 at the Mozartsaal of the Wiener Konzerthaus

https://www.youtube.com/watch?v=0gbh3cwlqw8

 

도미니크 바그너Dominik Wagner 더블 베이스

 

 

저녁의 시 / 정윤천

 

 

저녁이 온다고 마을이 저 혼자서 아름다워지랴

한낮의 겨운 수고와 비린 獸性들도 잠시 내려두고

욕망의 시침질로 기운 주머니 속의 지갑도 찔러두고

서둘지 않아도 되는 걸음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때

돌아와 저마다의 창에 하나씩

등불을 내걸기도 하면

그러면 거기, 사람들의 마을에는

멀리서도 깜박이는 환한 물감 방울이 번지기도 한다

그렇게 식구들의 정다움 속으로

방심과도 같은 마음의 등을 내려놓기라도 하면

머리 위의 하늘에선 地上에서의 계급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별들의 수런거림이 일렁이기도 하는 때

 

저녁이 오면

저녁이 오면

 

어디선가 집집의 처마이거나 이마 위를 어루만지며

스스럼없는 바람의 숨결 같은 것이

느려진 시간의 긴한 뒷등을 스치며 지나가기도 한다.

 

-『구석』(정윤천, 실천문학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