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쇠가 되었다가 징이 되었다가 암깽 수깽 얽고 섥고 ⟶ 얽히고설키다 : 얽다-섥다

들꽃 호아저씨 2022. 6. 29. 16:44

 

 

[우리말 톺아보기] 얽히고설키다

 

일이나 관계, 감정 따위가 복잡하게 꼬여 있을 때 얽히고설키다란 말을 쓴다. 그런데 그 표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얼키고설키다얽히고섥히다로 적지 않고 얽히고설키다로 쓰는 걸까? 같은 소리가 반복되는데 앞의 것은 , 뒤의 것은 로 적는다.

 

얽히고설키다’, 이 말의 표기엔 우리말 맞춤법의 원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것 하나만 제대로 알면 다른 웬만한 것들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소리대로 적는다는 것은 구름, 하늘처럼 우리말의 발음에 따라 그대로 표기하는 것이다. 어법에 맞게 적는 것은 구르미, 하느리로 소리 나는 말들을 구름이, 하늘이로 구분해서 적는 것이다. 이것은 구름하늘가 결합해서 그 말들이 문장의 주어 역할을 한다는 것을 쉽게 나타내 준다. 만약 소리대로만 적는다면 구름과, 구르미, 구르믈처럼 같은 뜻을 나타내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모습으로 적힐 것이다. 그러면 구름과, 구름이, 구름을로 적을 때처럼 뜻을 얼른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읽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같은 뜻을 지닌 말은 항상 같은 형태로 적는 것이 어법에 맞도록 하는 원칙이다.

 

얽히고설키다에서 얽히다얽다에서 온 말이다. ‘이리저리 관련이 되게 하다를 뜻하는 얽다가 붙어서 된 말이므로 어법에 맞게 쓰는 원칙에 따라 얽히다로 쓴다. ‘설키다섥다가 우리말에 따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섥히다로 적을 이유가 없다. 따라야 할 어법이 없으므로 그냥 소리 나는 대로 설키다로 적는다. 그래서 얽히고설키다란 표기가 생겨난 것이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맞춤법의 재발견]85얽히고설키다

 

얽히고설킨 실타래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비탈길

얽히고설킨 인연

 

모두 올바른 표기다.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가? 익숙한 데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어야 보다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띄어쓰기일 것이다. ‘얽히고설킨사이를 띄어 써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 멋진 질문이다. 이 단어를 얽히다설키다로 구분해 내어야 또 다른 질문에 접근할 수 있다. 일단 얽히다설키다로 구분하여 둘을 비교해 보자.

 

얽히다[얼키다]로 발음된다. 우리말의 , , , 을 만나면 , , , 으로 축약된다. ‘이 앞에 오든 뒤에 오든 마찬가지다.

 

입학[이팍], 국화[구콰], 박히다[바키다], 읽히다[일키다]

 

놓고[노코], 낳다[나타], 많고[만코], 않다[안타]

 

이 지점에서 얽히다설키다를 보자. 이상한 점이 없는가? 이 둘은 표기상의 일관성을 지키지 않는다. 앞의 얽히다의 표기 원리에 따른다면 설키다섥히다라 적어야 한다. ‘얽히고++를 구분해 적었으니 그 질서에 따라 ++로 적어야 일관된 일이다. 거꾸로 설키다처럼 얽히다얼키다로 적어야 하는 게 아닐까?

 

여기서 우리는 맞춤법의 기본 원리 두 가지를 만날 수 있다. 먼저 띄어쓰기의 원리를 보자. 단어는 붙여 적고 조사는 앞말에 붙여 적는다. ‘얽히고설킨으로 붙여 적어야 한다는 것은 이 말이 하나의 단어라는 의미다.

 

어차피 얽힌 인연.(o)

어차피 설킨 인연.(x)

어차피 얽히고설킨 인연.(o)

 

현재 우리말에는 설키다라는 말이 없다. ‘얽히다가 갖는 복잡함을 강조하고자 할 때 쓰이는 얽히고설키다라는 단어 속에서만 나타날 뿐이다. 각각의 단어로 분리될 수 없으니 당연히 하나의 단어이고 띄어 쓰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얽히고섥힌(×)’이나 얼키고설킨(×)’으로 적지 않고 얽히고설킨으로 적는 이유는 뭘까? 이럴 때는 둘의 차이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 ‘얽히다를 보자.

 

밧줄로 얽어서 묶었다. 끞 얽다

밧줄로 얽힌 짐을 들었다. 끞 얽히다

 

현재 우리는 일상적으로 얽다얽히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둘 모두 살아 있는 단어라는 의미다. 이런 경우에는 뜻을 밝혀 적어야 단어 간 의미 관계를 명확히 보일 수 있다. 맞춤법 원리 중 어법을 밝혀 적는 것과 관련된 부분이다. ‘얼키다(×)’로 적으면 얽다와 의미적 연관성이 끊어진다.

 

설키다는 이와 다르다. 일단 섥다라는 단어가 살아있지 않다. ‘설키다조차 단독으로는 쓰이는 일 없이 단어 속에만 남아 있다. 이미 사라진 단어이기에 -’을 밝혀 적는다 해도 의미를 분명히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원에서 멀어진 형태나 어원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이 맞춤법 원리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얽다2 동사

 

1」 【…노끈이나 줄 따위로 이리저리 걸다.

 

그가 사는 곳은 판자를 얽어서 만든 초라한 집이었다.

그는 싸릿가지를 새끼줄로 얽었다.

칡으로 서까래를 얽고 나흘 뒤에는 억새로 지붕을 덮었다.오영수, 메아리

 

2」 【…으로이리저리 관련이 되게 하다.

 

그는 죄 없는 사람을 얽어 옥에 가두었다.

강간죄로 얽어 넣어 또 징역을 살리는 걸세.현진건, 적도

 

 

 

-히다 동사

 

()】【 …((‘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여럿임을 뜻하는 말이 주어로 온다))

 

1노끈이나 줄 따위가 이리저리 걸리다. ‘얽다의 피동사.

 

이 줄이 다른 줄과 마구 얽혀서 풀어지지가 않는다.

여러 가지 색의 실이 얽혀 있어서 파란색 실을 찾을 수가 없다.

연줄이 뒤뜰 감나무 가지에 얽혀 있었다.

늙은이들은 노송의 휘굽은 가지에 얽힌 달을 바라다보며 거문고를 뜯었고 술잔을 기울였다.이어령,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2이리저리 관련이 되다. ‘얽다의 피동사.

 

이 책에는 필자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주장과 얽혀 있어서 필자의 주장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생각이 얽혀서 밤새 고민하였다.

현대 사회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사회이다.

그는 부정 사건에 얽혀서 많은 고생을 했다.

그는 간첩 사건에 얽히게 되었다.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