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면발은 붇고 다리는 붓는다/오명숙 어문부장
매해 여름 물난리 통에 들리는 소식이 있다. “갑자기 분 물에 댐 수문 개방”, “계곡물이 불기 전 대피하지 못한 야영객 구조” 등의 내용이다.
물이 불어났다는 의미로 위 문장에서와 같이 ‘분’과 ‘불기’란 표현을 자주 쓴다. 하지만 이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란 뜻의 동사는 ‘붇다’이다. ‘붇다’는 ‘ㄷ불규칙활용’을 한다. 이는 어간의 말음인 ‘ㄷ’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ㄹ’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자음 앞에서는 받침이 바뀌지 않는다. 그러므로 ‘붇다’에 ‘-은’이 붙으면 ‘불은’, ‘-기’가 붙으면 ‘붇기’가 된다.
‘붇다’와 헷갈리는 말로 발음이 같은 ‘붓다’가 있다. ‘붓다’는 ‘다른 곳에 담다’, ‘적금 따위의 돈을 일정한 기간마다 내다’,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다’란 뜻의 동사다. ‘붓다’ 역시 ‘ㅅ불규칙활용’을 한다. 이는 어간의 말음인 ‘ㅅ’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탈락하는 것을 말한다. ‘붓다’에 ‘-어’가 붙을 경우 ‘부어’가 되는 식이다.
재산이 ‘붓다’인지 ‘붇다’인지, 적금을 ‘붓다’인지 ‘붇다’인지 혼동하기 쉽다. 면발이 불을 때와 다리가 부을 때도 ‘붇다’인지 ‘붓다’인지 헷갈린다. 두 단어에 모두 ‘팽창’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불어’를 넣어 자연스러우면 ‘붇다’가, ‘부어’를 넣어 자연스러우면 ‘붓다’가 맞는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 재산과 면발은 ‘붇다’, 적금과 다리는 ‘붓다’가 옳은 표기다.
붓다1 「동사」
발음 [붇ː따]
활용 부어[부어], 부으니[부으니], 붓는[분ː는]
「1」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다.
얼굴이 붓다.
병으로 간이 붓다.
울어서 눈이 붓다.
다리가 통통 붓다.
벌에 쏘인 자리가 붓다.
편도선이 부어서 말하기가 어렵다.
「2」(속되게) 성이 나서 뾰로통해지다.
왜 잔뜩 부어 있나?
약속 시간보다 늦게 갔더니 친구가 기다리다 지쳐 잔뜩 부어 있었다.
붓다2 「동사」
「1」액체나 가루 따위를 다른 곳에 담다.
자루에 밀가루를 붓다.
가마솥에 물을 붓다.
어머니는 냄비에 물을 붓고 끓였다.
「2」모종을 내기 위하여 씨앗을 많이 뿌리다.
모판에 볍씨를 붓다.
모판에 배추씨를 붓다.
「3」불입금, 이자, 곗돈 따위를 일정한 기간마다 내다.
은행에 적금을 붓다.
「4」시선을 한곳에 모으면서 바라보다.
소년은 수평선에 눈을 부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붇다 「동사」
발음 [붇ː따]
활용 불어[부러], 불으니[부르니], 붇는[분ː는]
「1」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
콩이 붇다.
북어포가 물에 불어 부드러워지다.
오래되어 불은 국수는 맛이 없다.
「2」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
개울물이 붇다.
체중이 붇다.
젖이 불었다.
재산이 붇는 재미에 힘든 줄을 모른다.
마당에 노적가리가 열둘이더라도 쌀 한 톨을 초판 쌀로 애바르게 여겨야 살림이 붇는 것이고….≪송기숙, 암태도≫
「3」((주로 ‘몸’을 주어로 하여)) 살이 찌다.
식욕이 왕성하여 몸이 많이 불었다.
부잣집 마나님같이 몸이 불은 임이네는 눈을 부릅뜨고 용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거침없이 말을 쏟아 놓았다.≪박경리, 토지≫
그럴 때면 으레 아직 열세 살밖엔 안 되었다고는 하나, 벌써 툽상스러운 아낙네만큼이나 몸이 불어 있는 미륵례가 나와서,….≪한승원, 폐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