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이야기

[우리말 이야기] 면목동이 아직 거기 있을 때 내 눈에 콩깍지가 끼어 571번 버스 휑하니 먼지 일으키며 지나가는 그곳 여인숙 잠 많이 잤다. 밤새도록 창살에 달라붙어 울어제끼는…

들꽃 호아저씨 2023. 3. 18. 12:39

 

 

면목동이 아직 거기 있을 때 내 눈에 콩깍지가 끼어 571번 버스 휑하니 먼지 일으키며 지나가는 그곳 여인숙 잠 많이 잤다. 밤새도록 창살에 달라붙어 울어제끼는 엉머구리떼 울음 떨쳐내느라 퉁퉁 부은 눈으로 아침 골목길에 나서면 아, 어느 집 양철대문 안에 소담스럽게 피어 있던 목련꽃들.

 

콩깍지가 끼어콩깍지가 씌어

울어제끼는울어 젖히는, 울어 대는

엉머구리떼(참개구리 떼)

 

 

[우리말 바루기] 콩깍지가 씌다

 

수많은 사람 중에 그녀밖에 안 보이고, 멀리서도 그녀의 목소리만 들리고, 김태희보다 그녀가 더 사랑스럽다고 한다면? 그의 눈엔 콩깍지가 씐 걸까, 쓰인 걸까, 씌운 걸까.

 

 콩깍지가 쓰인’ ‘콩깍지가 씌운이라고 표현해선 안 된다. “그의 눈에 콩깍지가 씐 거군요라고 답해야 어법에 맞다.

 

 이때의 씌다쓰이다씌우다의 준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하나의 자동사다. “술을 마시면 이성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콩깍지가 쓰인다(씌운다)’는 속설은 사실일까?”와 같이 표현하는 건 잘못이다. ‘씐다로 고쳐야 한다. ‘씌고/씌니/씌면/씌어서처럼 활용된다. 불필요한 ‘--’를 넣어 씌인/씌이다/씌였다로 활용하는 사람도 많지만 기본형이 씌다이므로 /씌다/씌었다로 사용하는 게 바르다.

 

 눈에 콩깍지가 씌다대신 눈에 콩 꺼풀이 씌다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콩 꺼풀은 한 단어가 아니므로 띄어 써야 한다. 콩깍지든 콩 꺼풀이든 앞이 가려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동사는 씌다이다.

 

귀신 따위에 접하게 되다는 뜻을 나타낼 때도 씌다를 쓴다. “귀신이 쓰였다(씌웠다)”처럼 활용해선 안 된다. ‘씌었다로 바뤄야 한다.

 

이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