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참 예쁘다고 / 이승윤
밤 하늘 빛나는 수만 가지 것들이
이미 죽어버린 행성의 잔해라면
고개를 들어 경의를 표하기보단
허리를 숙여 흙을 한 움큼 집어 들래
방 안에 가득히 내가 사랑을 했던
사람들이 액자 안에서 빛나고 있어
죽어서 이름을 어딘가 남기기보단
살아서 그들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러 볼래
위대한 공식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거대한 시공에
짧은 문장을 새겨 보곤 해
너와 나 또 몇몇의 이름
두어 가지 마음까지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줄 거야
달이 참 예쁘다
숨고 싶을 땐 다락이 되어 줄 거야
죽고 싶을 땐 나락이 되어 줄 거야
울고 싶은 만큼 허송세월 해 줄 거야
진심이 버거울 땐
우리 가면무도회를 열자
달 위에다 발자국을 남기고 싶진 않아
단지 너와 발맞추어 걷고 싶었어
닻이 닫지 않는 바다의 바닥이라도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줄 거야
달이 참 예쁘다고
https://youtu.be/VaQwO6W7PLw
'음악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 길 샤함,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 맵지 않은 사람이기를 (5) | 2024.01.13 |
---|---|
천개의 바람이 되어 : 임형주 (3) | 2024.01.07 |
바흐 피아노협주곡 5번, 바이올린 두 대 협주곡, 비발디 ‘사계’ : 이반 포체킨, 미하일 포체킨, 유리 파보린, 필리프 치제프스키 - 은수에게 (0) | 2023.12.15 |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 김광석 - withspinoza에게 (3) | 2023.12.09 |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 사이먼 래틀, 에사-페카 살로넨 -호아저씨에게 (5) | 2023.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