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안부 / 이종형
비가 내려 며칠 동안 씻지 않은 얼굴이 말끔해졌다
길게 자란 수염을 자르고 싶지만 조금 더 게을러져도 좋은 계절이다
하늘도 바람도 모두 투명해지는 시간
시작만 해놓고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덮어놓은
연애소설의 중간쯤이나 될까
지난 여름의 화염을
조금만 더 그리워해도 좋은 계절이다,라고 생각한다
후드득 떨어지는 것들에는 눈길을 주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몇 점 눈송이가 데리고 올 겨울을 떠올리며
첫눈 온다고 주고받을 안부를 미리 연습한다
미안하다 그대를 잊어서
미안하다 그대를 잊지 못해서
애써 밑줄을 긋지 않아도 평생 기억하는 문장이 있다
-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이종형, 삶창,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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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
바이올린협주곡Konzert für Violine und Orchester in D-Dur, Op. 61
I. Allegro ma non troppo
II. Larghetto
III. Rondo - Allegro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imitri Chostakovitch(1906-1975)
교향곡15번Symphonie Nr. 15 A-Dur, op. 141
I. Allegretto
II. Adagio–Largo
III. Allegretto
IV. Adagio–Allegretto
스베틀라노프심포니오케스트라Svetlanov Symphony Orchestra
길 샤함Gil Shaham 바이올린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Vladimir Jurowski
January 21, 2022. Tchaikovsky Hall, Moscow, Russia
https://meloman.ru/concert/kzch-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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