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 365 117

[암기 -289] 피아노소나타 6번, 24번, 16번, 29번 : 루돌프 부흐빈더 Ⅴ

모차르트의 짧은 생애는 빈으로 이주했던 1781년을 기점으로 삼아 둘로 나뉜다. '빈에서 보내 ㄴ마지막 10년'은 음악가 모차르트의 에너지가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시절이었다 오늘날 애청되는 대부분의 걸작들이 이 시기에 작곡된다. 하지만 그는 빈 시절 후반부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고 친구들에게 돈을 꾸어달라는 편지를 자주 썼다. 그는 돈을 빌릴 때도 완곡하고 점잖은 어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여보게 나는 다 죽어가고 있다네. 제발 돈을 좀 빌려주게나. 나를 살려주게나"하는 식이었다. 그것은 모차르트가 살았던 시대의 교양과는 거리가 멀었던, 참을성 없고 경박한 태도였다. 이처럼 어린아이와도 같았던 모차르트의 성정은 그가 지닌 천재성의 또 다른 측면이었다. 그는 자신보다 24년 먼저 태어나 18년을 더 살다..

암기 365 2022.11.21

[암기 -290]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5번, 12번, 22번, 17번, 18번 : 루돌프 부흐빈더 Ⅳ

바그너도 그렇게 강조했던 것처럼, 모차르트의 '천재성'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모차르트는 여섯 살이던 1762년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Leopold Mozart(1719-1787)의 손에 이끌려 유럽 여러 곳을 여행하며 빼어난 연주로 왕족과 귀족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때부터 벌써 작곡도 했다. 여섯 살 때 쾨헬(K) 넘버 2번부터 5번에 해당하는 소품을 섰고, 이듬해에는 파리에서 4곡의 건반 소나타를, 그 이듬해에는 런던에서 첫 번째 교향곡을 썼다. 그는 천재형 인간들이 갖는 몇 가지 성격적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희로애락의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했으며, 그로 인한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직설적으로 토로하곤 했다. 이를테면 고향 잘츠부르크에서 아버지 레오폴트에게 보냈던 편지. 모..

암기 365 2022.11.20

[암기 -291]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번, 19번, 26번, 7번, 28번 : 루돌프 부흐빈더 Ⅲ

하이든이 에스테르하지 가문에서 이끌었던 궁정악단은 고작 25명 안팎의 소규모 편성이었지만, 런던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오케스트라는 60명 이상으로 이뤄진 대규모 악단이었다. 그것은 하이든에게 분명 욕심나는 대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이었을까? 당시 하이든은 흥행업자 잘로몬으로부터 한 해에 5,000굴덴이라는 거금을 보장받은 상태였다. 물론 그것이 오늘날의 화폐 가치로 과연 얼마쯤인가를 정확히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당시 교사의 연봉이 500 굴덴이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는 있겠다. 어느 시대에나 교사라는 직종은 그 사회에서 대략 중간 정도의 수익을 보장받아온 계층이라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경제적 평균치'라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겠다. 거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하..

암기 365 2022.11.19

[암기 -292]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번, 9번, 15번, 27번, 23번 : 루돌프 부흐빈더 Ⅱ

18세기 후반, 런던에서 공연예술이 하나의 산업으로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런던 상인들을 중심으로 한 신흥 부르주아지가 공연예술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떠올랐고 음악회를 비롯해 인형극과 서커스 등이 도심 곳곳에서 공연됐다. 당연히 이 흐름을 주도했던 흥행업자들이 등장했다. 오늘로 치자면 '공연기획사' 혹은 '매니지먼트사'로 불리는 직종이 바로 이 무렵에 출현했던 셈이다. 이 공연예술의 산업화는 파리를 비롯한 다른 도시에서도 진행됐지만 런던은 그중에서도 가장 발 빠르게 시장을 키워간 도시였다. (55쪽)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문학수, 돌베개, 2013) ▲ 요한 페터 잘로몬Johann Peter Salomon(1746-1815) : 베토벤이 태어나기 25년 전에 베토벤과 같은 집에서 태어났다. 바이올린..

암기 365 2022.11.18

[암기 -293]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1번, 10번, 13번, 4번, 14번 : 루돌프 부흐빈더Ⅰ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종복으로 일하던 시절에 이미 90곡이 넘는 교향곡과 현악4중주 60여 곡, 그 밖에도 현악과 피아노3중주를 비롯한 많은 곡들을 썼다. 그러나 귀족사회의 여흥적 요소를 다분히 가진 당시의 곡들은 후반기의 걸출한 작품들에 비해 오늘날 ㄹ자주 연주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초기의 작품 가운데 지금도 애청되는 곡으로는 뭐가 있을까? 일단 두 곡의 첼로 협주곡이 떠오른다. 교향곡 중에서는 45번 《고별》이 대표적일 것이다. 물론 이밖에도 더 있다. 하지마 ㄴ그다지 많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이든이라는 음악가의 존재를 오늘까지도 도드라지게 부각시키는 곡들은 역시 후반부의 명곡들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에스테르하지 시절의 끝 무렵에 썼던 《종달새》를 필두로 《황제》, 《일출》 등..

암기 365 2022.11.17

[암기 -294]베토벤 피아노소나타 30번, 31번, 32번 : 루돌프 부흐빈더 Ⅷ

하이든의 음악적 생애는 크게 둘로 나뉜다. 물론 다소 거친 단정일 수도 있지만, 전반기의 하이든이 '을'의 신분이었다면 후반기의 그는 '갑'의 신분으로 변신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곡을 쓰는 이유와 명분도 바뀌었을 것이다. 에스테르하지 집안의 종복이었던 하이든이 주군의 마음에 쏙 드는 고을 쓰려고 노력했던 반면에, 자유로운 신분의 하이든은 불특정 다수의 청중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새로운 운명과 마주친다. 말하자면 흥행과 인기를 의식하게 됐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음악의 스타일과 분위기에도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 (46쪽)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문학수, 돌베개, 2013) 루돌프 부흐빈더Rudolf Buchbinder -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영상 로그인만..

암기 365 2022.11.16

[암기 -295]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11번, 20번, 8번, 25번, 21번 : 루돌프 부흐빈더 Ⅶ

하이든은 다산의 음악가였다. 그는 누구도 따라오기 힘들 만큼 막대한 분량의 작품을 남겼다. 100곡이 넘는 교향곡과 70곡에 가까운 현악4중주, 34곡의 오페라와 4곡의 오라토리오······. 그밖에도 많다. (41쪽) 세상을 떠난 지 200년이 넘은 하이든은 그렇게, 고전주의 이후의 음악사에서 누구도 뛰어넘기 힘든 '양'과 '질'을 보여줬다. 또한 그는 고전주의 소나타와 교향곡의 형식을 완성했다는 측면에서뿐 아니라, 개인적 삶의 궤적에서도 '근대로의 이행'을 고스란히 보여줬던 작곡가였다. 마차 바퀴를 만드는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던 그는 교회합창단의 '보이 소프라노'로 활동하다 변성기에 이르자 버림받았으며,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해 에스테르하지 가문에 '종속된 음악가'로 30년을 봉직했다. 가난과 ..

암기 365 2022.11.15

[암기 -296]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8번, 14번, 10번, 23번 : 루돌프 부흐빈더 Ⅵ

'따듯한 이성'의 음악을 지상에 전했던 '음악의 현자' 바흐는 60대에 접어들어서부터 시력이 급격히 악화된다. 병세가 점점 심해져 통증을 수반하는 안질에 이르자 영국인 의사 존 테일러가 라이프치히에 있는 바흐의 집을 찾아와 두 번의 수술을 집도했다. 하지만 이 영국인 의사는 오히려 병세를 악화시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흐는 시력을 완전히 잃고 합병증마저 겹쳐 4개월간 시름시름 앓는다. 세상을 떠나기 열흘 전 돌연 시력을 회복했으나 몇 시간 후에 뇌졸중이 찾아왔다고 전해진다. 앞 시대와 당대의 음악을 두루 섭렵하면서 진지하고 격조 높은 양식을 이끌어낸 음악의 건축가, 화성과 선율을 하나로 종합했던 '위대한 바흐'는 그렇게 고열과 혼수를 헤매다 1750년 7월 28일 밤 타계했다. 향년 65세였다. 훗날..

암기 365 2022.11.14

[암기 -297] 피아노소나타 6번, 24번, 16번, 29번 : 루돌프 부흐빈더 Ⅴ

바흐에 대한 속물적 관심은 그가 두 번 결혼해 11명의 아들과 9명의 딸을 낳았다는 것에 모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겠는가. 바흐의 '탁월한 생산력'은 음악에서 더 빛났다. 바흐의 작품으로 확인 된 것만 추려도 CD로 자그마치 약 170장의 분량에 달한다. 그는 당대의 보편적 언어로 작품을 썼지만 대중과 영합하지 않았던 은근한 고집쟁이였고 뛰어난 건반 연주자였지만 "노력만 하면 누구나 나남큼 연주할 수 있다"며 겸손을 잃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포르켈은 앞서 언급한 책의 결론에서 바흐의 음악에 대해 쉽고 평이한 어투로 적확한 평가를 내린다. 이런 글이다. "한순간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을 넘어서, 들으면 들을수록 알면 알수록 더 강한 힘을 발휘하며, 작품 속에 축적돼 있는 거대한 악상의 풍부함이..

암기 365 2022.11.13

[암기 -298]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5번, 12번, 22번, 17번, 18번 : 루돌프 부흐빈더 Ⅳ

"독일의 음악학자 포르켈J. N. Forkel(1749-1818)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1802년 『바흐의 생애와 예술, 그리고 작품』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것은 바흐의 첫 번째 전기이며, 서양음악사를 통틀어 첫 번째 음악가 평전으로 기록되는 책이다. 한국에서도 2005년 한양대 음대 강해근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바흐의 걸작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얽힌 유명한 일화, 잠을 못 이루는 카이저링크 백작의 '수면 촉진'을 위해 이 곡을 썼다는 이야기도 바로 이 책에 등장한다. 포르켈은 바흐의 제자인 골드베르크가 연주는 잘했지만 작곡에는 별 재주가 없었던 사람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골드베르크는 백작의 집에 상주하는 건반 연주자였다. 백작은 "잠 못 이루는 밤에 들을 수 있는 온화하면서도 생기 있는 곡..

암기 365 2022.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