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바이올린 소나타 1번, 파르티타 1번, 소나타 2번, 파르티타 2번, 소나타 3번, 파르티타 3번 (BWV 1001~BWV 1006)
안탈 살라이Antal Zalai 바이올린
The Evangelical Church of Siófok, 17 October 2020
https://www.youtube.com/watch?v=A3vMzn5GAOg
땅의 사람들12 / 고정희(1948-1991)
- 그대 봉분 위에 민주깃발 꽂으니
이 땅의 어머니가 그대 영정 앞에
비비추꽃 두 송이 올려놓고
한 발씩 밟으며 가거라 이른다
이 땅의 누이들이 그대 명정 앞에
들망초 한아름 꺾어놓고
두 팔로 흔들며 떠나거라 이른다
이 땅의 형제들이 그대 가시는 길에
눈물꽃 한 벌판 깔아놓고
온몸으로 입맞추며 떠나거라 이른다
이 땅의 오천만 겨레 이름으로
그대 봉분 위에 민주깃발 꽂으니
당연하여라 당연하여라
이 나라 산하의 크고 작은 산봉이들,
그대 떠나보내며 흐느끼는 산봉이들
푸른 능선 아득히 민주깃발 펄럭이니
장엄하여라
사십 년 피 흘리던 억압의 사슬에
해방의 불기둥 고요히 번지니
식민의 혼돈과 암흑을 가르는 저 불꽃,
심장과 심장을 들이대는 저 불꽃 앞에서
아니다
아무도 네 시체 위에 궁전을 지을 수는 없으며
아무도 네 봉분 깔고 앉아
면죄부를 나눠 가질 수는 없으리
즈믄 가람 스치는 소소한 바람에도
가던 길 옷깃을 여며야 하리
천갈래 만갈래 썩은 물고랑들을
눈물로 피땀으로 걸러야 하리
정의로 우거진 백양로 숲길 돌아
그리운 광주 품에 안기는 그대여
망월리 혼백들과 용솟는 분화구여
이 땅의 어린이가 그대 영전에
민들레 꽃씨 휘휘 뿌려놓고
산꽃 들꽃으로 돌아오라 이른다
이 땅의 젊은이가 그대 영전에
동트는 새벽빛 가닥가닥 걸어놓고
자유의 바람으로 돌아오라 이른다
이 땅의 형제자매들이 그대 영전에
민중해방 징소리 우르르 풀어놓고
통일조국 함성으로 돌아오라 이른다
-<지리산의 봄>(고정희,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