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민주열사

바흐 무반주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 안탈 살라이 - 그대 봉분 위에 민주깃발 꽂으니 : 이 땅의 모든 민주 열사들에게

들꽃 호아저씨 2021. 10. 28. 14:55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무반주바이올린 소나타 1번, 파르티타 1번, 소나타 2번, 파르티타 2번, 소나타 3번, 파르티타 3번 (BWV 1001~BWV 1006)

 

안탈 살라이Antal Zalai 바이올린

The Evangelical Church of Siófok, 17 October 2020

https://www.youtube.com/watch?v=A3vMzn5GAOg

 

 

▲ 민족민주열사 묘역

 

 

땅의 사람들12 / 고정희(1948-1991)

 - 그대 봉분 위에 민주깃발 꽂으니

 

 

이 땅의 어머니가 그대 영정 앞에

비비추꽃 두 송이 올려놓고

한 발씩 밟으며 가거라 이른다

이 땅의 누이들이 그대 명정 앞에

들망초 한아름 꺾어놓고

두 팔로 흔들며 떠나거라 이른다

이 땅의 형제들이 그대 가시는 길에

눈물꽃 한 벌판 깔아놓고

온몸으로 입맞추며 떠나거라 이른다

 

이 땅의 오천만 겨레 이름으로

그대 봉분 위에 민주깃발 꽂으니

당연하여라 당연하여라

이 나라 산하의 크고 작은 산봉이들,

그대 떠나보내며 흐느끼는 산봉이들

푸른 능선 아득히 민주깃발 펄럭이니

장엄하여라

사십 년 피 흘리던 억압의 사슬에

해방의 불기둥 고요히 번지니

식민의 혼돈과 암흑을 가르는 저 불꽃,

 

심장과 심장을 들이대는 저 불꽃 앞에서

아니다

아무도 네 시체 위에 궁전을 지을 수는 없으며

아무도 네 봉분 깔고 앉아

면죄부를 나눠 가질 수는 없으리

즈믄 가람 스치는 소소한 바람에도

가던 길 옷깃을 여며야 하리

천갈래 만갈래 썩은 물고랑들을

눈물로 피땀으로 걸러야 하리

정의로 우거진 백양로 숲길 돌아

그리운 광주 품에 안기는 그대여

망월리 혼백들과 용솟는 분화구여

 

이 땅의 어린이가 그대 영전에

민들레 꽃씨 휘휘 뿌려놓고

산꽃 들꽃으로 돌아오라 이른다

이 땅의 젊은이가 그대 영전에

동트는 새벽빛 가닥가닥 걸어놓고

자유의 바람으로 돌아오라 이른다

이 땅의 형제자매들이 그대 영전에

민중해방 징소리 우르르 풀어놓고

통일조국 함성으로 돌아오라 이른다

 

 

-<지리산의 봄>(고정희, 문학과지성사)